먼저 당선을 축하합니다. 아직 정치 초년생인 당신에게 이번 선거는 인생 최대의 고비였을 것입니다. 사실 지난 1992년 제 14대 총선부터 19대 총선 까지는 공천만 받으면 막대기도 당선되는 선거였지요. 이번 선거의 맛은 어땠습니까? 애가 탔을 것입니다. 고시 공부 하느라 힘들었던 기간이 있었겠지만 비교적 안정된 관직생활을 해온 당신은 정치인의 길이 이렇게 힘들 줄은 상상도 못했을 것입니다.

앞으로 4년간 국정을 이끌어갈 국회의원에 당선된 당신은 14대부터 19대에 이르는 당선자들에 비해 새로운 각오를 했을 것으로 믿습니다. 그들은 임기 내내 다음 총선에서도 반드시 공천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였으리라 짐작합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들과는 다른 목표를 설정했을 것입니다. 국회의원으로서 의정활동에 매진하겠다는. 국정은 물론 지역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는. 선거구가 넓다는 핑계로 지역민들과의 소통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그것은 모든 국회의원들에 지워진 기본적 의무입니다. 제20대 국회의원이 될 당신과 당신의 동료 국회의원들에게는 이 나라의 정치를 정치답게 해야 한다는 소명이 주어졌습니다. 공천에만 신경 쓰고 의정은 적당히 하면 200여 가지의 특권을 누릴 수 있었던 선배의원들이 부러울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당신도 정상배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머리를 흔들고 정신 똑바로 차려주기 바랍니다. ‘염불보다 젯밥에 눈이 어두운’ 국회의원에게 다음은 없다고 장담합니다.

당신은 공직 생활 동안 열심히 일했을 것입니다. 겸손하고 부지런했겠지요. 보통 사람들은 힘이 부쳐서도 못 뛸 만큼 뛰었을 것으로 믿습니다. 더 이상 무엇을 얼마나 해야 하느냐고 묻고 싶을 정도로요. ‘국가대표’로서 이 나라의 역사를 발전시켜야 합니다. 지난 세월 서민대중의 피땀으로 일으켜 세운 대한민국은 24년간의 3류 정치가 발전을 멈추게 만들었습니다.

민주주의도 경제도, 남북관계도 외교도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현실을 당신도 부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20대 국회는 24년간의 적폐(積弊)을 씻어내야 합니다. 그리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야지요. 말과 글로만 국민을 위한다고 하지는 마세요. 다른 정파 탓으로 돌리는 무책임한 싸움은 이제 지긋지긋합니다. 국가대표로서 품격 낮은 언동은 더욱 조심해 주세요.

내 사랑하는 고향의 국회의원인 당신에게 욕심을 부리자면 호남 정치 복원의 선두주자가 되어주기 바랍니다. 나아가 정권교체의 선봉에 서 달라고 주문 합니다. 나아가 나라 안 최고의 정치인으로 우뚝 서주길 기대합니다. 영광·담양·장성·함평 출신 대통령이 된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당선의 기쁨을 즐길 시간도 주지 않고 채근해서 미안합니다. 꿈이 있는 정치인이길 기대하겠습니다. 어려운 지역민을 끌어안고 눈시울을 붉히며 눈물 흘리는 당신의 모습을 보고싶습니다.

나만의 욕심만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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