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민주당(이하 더민주)이 세월호 2주기 추모행사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이유는 민간 주도 행사에 정당이 참석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 해서다. 국민의당은 참석을 두고 당론을 공표하진 않았지만 안철수 대표 또한 공식행사에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더민주의 김종인 대표는 여론의 반발이 거세지자 개인 자격으로 추모 헌화에 나섰지만, 뒷맛이 영 씁쓸하다. 안철수대표의 추모식 불참도 잘 이해되지 않는다. 16일 방영된 SBS의 세월호 특집 ‘그것이 알고싶다’가 동시간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상식밖의 모습이다. 국민공감의 정치는 여전히 먼 과제처럼 여겨진다.

여소야대의 국면에서 야당이 불필요한 정치적 공방이 두려워 전 국민이 눈물을 흘린 추모의 장에 나서기를 꺼려했다는 사실은 우리를 당혹케한다. 그리고 진상규명 등 세월호 뒤처리가 왜 이렇게 지지부진해 왔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힘을 가졌을 때도 이러는데, 국회 소수의석을 차지하고 있었던 그동안에 오죽 했겠는가 싶은 생각이 새삼 고개를 드는 까닭이다. 그래도 그때는 다수 여당 탓이라도 했지만 지금은 변명거리 조차 없기에 더 옹졸해 보인다.

세월호 추모 국면에서 보는 더민주의 행태에 굳이 한 개인을 꼬집어서 탓할 일은 아니겠지만 김종인 대표의 성향이 그 중심에 있어 보인다. 전두환 정권에 협력한 김대표의 국보위 참여 전력이 왜 문제가 되는지, 그리고 야당 지지세력 중 적잖은 사람들이 왜 김종인 대표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지를 수긍케 하는 사례다.

다시 말하지만 세월호 사건은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져야 하는 사안이 아니다. 진보와 보수를 가름하는 이념의 문제도 아니다. 수많은 아이들이 참담한 최후를 맞은 비극이고, 더구나 그 동기와 과정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무감하고,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권에 의해 빚어졌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드러났다.

이를 정치적 셈법으로 따져보려는 것 자체가 한마디로 야만적이다. 원내 제 1당의 위상을 거머쥔 더민주가 이런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는 것을 보건데, 앞으로 진전될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 추진도 솔직히 순탄해보이지 않는다. 현재는 야당이 일제히 개정안 추진에 나서겠다고는 하지만 깔끔한 결실을 과연 기대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더민주의 이러한 태도는 선거 승리의 근본 동기를 자기중심적으로 왜곡한, 자가당착에서 비롯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오직 김대표가 경제 민주화를 외쳤기 때문에, 왼쪽으로 기울어진 운동권 논리를 버리고 오른쪽으로 갔기 때문에, 선거에 이겼다는 집착이 작동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김종인 대표를 당의 간판으로 내세울 때부터 의도된 것이었고, 바로 그 의도가 적중됐다고 자기진단을 내리고 있는 셈이다.

한마디로 틀린 진단이다. 이번 총선의 결과는 국민 다수가 야당의 어젠다를 공감해서가 아니라, 더도 덜도 아닌 박근혜 정권을 투표로 탄핵한 것이다. 호남의 국민의당 싹쓸이 또한 이러한 평가를 통해서만 그 실체가 규명된다. 오만하고 독선적인 박근혜 정권에 그 어떤 저항도 지지계층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야당의 무력함에 대한 반발이 바로 국민의당 녹색태풍을 일으킨 것이다.

적의 약세가 아닌 자신의 전략과 무기가 월등해서 전쟁을 이겼다 자만하는 장수는 결코 다음 전투에서 승리할 수 없다. 더민주의 행태는 그와 엇비슷하다. 승리, 자만, 추락의 행적을 반복해 온 더민주의 운명이 선거가 끝난 고작 며칠 후부터 다시 시작되는 것 같아 암울한 기분에 빠져든다. 세월호 추모에 어정쩡한 더민주를 두고 주변에서 이런 말들이 나돈다. “더불어 민주당, 또 그럴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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