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법(兵法) 36계(計)중 14계로 이현(李玄) 이라는 도사(道士)에 관한 이야기다. 도력이 높아 인간세계와 신선세계를 넘나드는 풍모(風貌)가 우아(優雅)한 도사가 있었다. 하루는 7일후에 돌아올 테니 육체(肉體)를 잘 간수 하라고 제자에게 부탁 한 뒤 신선 세계로 육체를 떠났는데 제자에게서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전갈(傳喝)이 왔다. 제자는 육체 지키는 것을 망각(忘却)한 채 위독한 어머니를 보살피러 갔을 때 주위사람들이 시체를 죽은 줄 알고 그만 화장(火葬)해 버렸다.

이튿날 도사의 혼(魂)이 돌아와 보니 시체가 없어져 큰일이라고 고민(苦悶)을 하고 있는데 길거리에 오늘 새벽에 갓 죽은 거지의 시체가 있었다. 신선 같은 풍모에 우아한 모습을 잃어버린 도사는 비록 볼품은 없고 꾀죄죄한 절름발이지만 거지의 몸속으로 들어가 인간으로 환생(還生) 할 수 있었다.

도사는 우아했던 옛날만을 생각하고 새로운 육신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영원히 구천(九泉)을 떠도는 영혼(靈魂)으로 남았을 것이다. 새로운 현실을 거부하고 화려(華麗)했던 과거만을 고집했다면 비록 절름발이 거지지만 새 생명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이 어떤 난관(難關)에 봉착(逢着) 했을 때 두 가지 유형(有形)이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주저앉아 화려했던 지난날을 회상(回想)하며 눈물만을 흘리는 유형이다.두 번째는 새로운 다른 조직에서 다른 일로 바꿔 타고 새로운 현실에 적응(適應)하는 유형이다.

비록 옛날보다 못한 하찮은 일이라 할지라도 작은 계기를 통해 재기 할 수 있어야 한다. 화려한 옛날만 못해 남들에게 보여주기 싫은 상황이라 할지라도 현실을 되살릴 수 있다면 주저(躊躇) 없이 마음을 바꿔야한다. 삼도 수군통제사(水軍統制使)에서 강등(降等)되어 나라를 구하겠다는 일념(一念)으로 백의종군(白衣從軍) 하는 하찮은 자리라도 마다하지 않고 기꺼이 갈아 탈줄 알았던 이순신(李舜臣) 장군.

상황을 정확히 알았던 유연(柔軟)한 성품이 바로 차시환혼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수무상형(水無常形) 즉 물은 고정된 모양이 없다. 그러므로 어떤 모습도 받아들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외모가 아니라 정신이라 생각한다.             <이경일 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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