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제국의 멸망기인 1,000년 이전의 몇 세기 동안 유럽의 중세는 대혼란의 시대였다. 모든 경작지가 황폐화되며 기아와 빈곤도 심각했다. 썩은 고기는 물론 인육을 먹었다는 사례도 적지 않게 보고되고 있을 정도다. 영양상태가 극심하게 악화되면서 질병과 전염병이 전 유럽에 만연했다.

굶주림은 이렇듯 유렵 인들의 삶을 비참하게 만들었다. 이 피폐한 삶은 새 천년이 밝아오며 카룰로스 대제가 개혁에 나서면서 개선의 기미를 찾았다. 새로운 경작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서서히 기아의 굴레를 벗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경작혁명의 핵심 곡물이 바로 콩이다. 10세기에 이르러서는 윤작형태를 통한 집중적인 콩 재배방식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콩은 노동자의 필수 에너지원이 되었다. 이때부터 젊은이들의 사망률은 줄었고 출산이 크게 늘어나면서 유럽인구는 다시 증가했다. 동물성 단백질을 구하기가 극히 어려웠던 시기에 식물성 단백질이 풍부한 콩이 인류의 생명줄 역할을 한 셈이다.

동부콩은 영어로 검은 눈을 가진 콩(Black eyed peas)으로 불린다. 색깔은 하얗지만 까만 눈이 한군데 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동부묵을 만들거나 과자의 원료, 떡고물로 주로 활용된다. 영양은 풍부하지만 칼로리가 많지 않아 최근에는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사랑 받고 있다. 이 지역 특산물로 유명한 '영광 모싯잎 송편' 의 속재료 또한 동부콩이다.

영광군이 동부콩 재배단지를 지난 해 50㏊에서 250㏊로 대폭 확대키로 하고 재배농가를 모집중이다. 영광산 동부, 이를테면 '옥당 동부'의 생산규모를 올해부터 350톤으로 늘리기 위해서다. 영광 모싯잎 송편의 수요 확대에 따른 대응책일 것이다. 연쇄반응처럼 하나둘씩 영광의 특산물들이 늘어나고 있으니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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