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공옥진 여사를 자주 뵜습니다. 작고하신 선친께 ‘오라버니’라 부르며 찾아오시곤 했습니다. 그랬던 동네 ‘아주머니’가 20대 후반에 국내 최고의 예인(藝人)으로 다가왔습니다. 볼품없었던, 그리고 작은 체구로 어렵게 살아가던 아주머니는 모르는 사이 대학가에서부터 인기몰이를 하시더니 360여회의 국내 공연과 미국 카네기 홀 공연까지 한 ‘예인’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습니다.

전국적으로 명성을 날리던 시절, 영광의 상가에서 다시 뵜습니다. 우울한 상가 분위기를 쥐락펴락 했습니다. 배꼽을 쥐게 만들다가도 눈물을 짜게 만들었습니다. 상여를 놀리는 소리도 물론 아주머니 몫이었습니다. 주위 사람들은 몇 시간 동안 아주머니의 입에서 나오는 말과 ‘소리’에 취해 거기가 상가라는 사실조차 잊은 듯 했습니다. 물론 영광 사람들의 대접은 엄청나게 달라졌습니다. 모두 나라 안 최고의 예인으로 대했습니다. 아주머니는 그래도 어깨에 힘이 들어가지 않은 옛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아주머니는 무대에서도 그렇게 관객들을 사로잡아 웃기고 울렸습니다. 공옥진 여사(이하 경칭생략)의 공연이 왜 대학가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나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다. 학생들의 가슴속은 박정희 정권의 독재가 한으로 맺혔던 것입니다. 한을 해학으로 풀어내는 공옥진의 공연을 보면서 독재에 맺힌 한을 달랬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공옥진을 천대하던 영광은 뒤늦게야 예인으로 대했습니다. 전수관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너무 늦었습니다. 뒤를 잇는 제자 하나 배출시키지 못하고 여사는 세상을 떴습니다. 그리고는 끝이었습니다. 고인이 살던 영광읍 교촌리 집은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흉가로 변했습니다. 이것이 영광입니다. 영광의 문화 수준입니다. 공옥진은 영광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의 젊은 시절을 영광에서 보냈습니다. 영광에서 살다 영광에서 숨을 거두었습니다. 누가 뭐래도 자랑스러운 영광 사람입니다.

문화가 밥 먹여줍니다. 문화가 돈이 됩니다. 공옥진의 공연은, 병신춤은 대단히 독특합니다. 영광이 공옥진의 후계자를 기르지 못한 것은 세계적인 기업 하나를 잃은 것보다 큰 손실입니다. 문화에 대한 이해를 제대로 하지 못한 영광의 실수입니다. 공옥진의 병신춤을(본인은 병신춤이란 이름을 싫어하며 곱사춤이라고 했다) 다시 살려낼 수만 있다면 영광의 문화 발전과 경제 발전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때마침 공옥진의 병신춤이 다시 무대에 오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그리고 영광예술의 전당에서 어제(26일) 무대에 올랐습니다. 물론 공옥진의 그것과는 맛이 크게 다르겠지만 영광이 공옥진의 대를 잇는 예인 기르기 사업을 시작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공옥진의 무대는 공옥진의 켜켜이 쌓인 한을 풀어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힌다고 합니다. 대를 잇기 위해 목이 갈라지고 옴 몸이 뒤틀리는 훈련과 연습을 하다보면 훌륭한 무대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겠습니다.

▶조일근(曺一根) 편집위원장 약력

본적 : 전라남도 영광군 영광읍 도동리 247

▶학력

1962. 2. 광주서석초등학교 졸업

1966. 2. 광주서중학교 졸업

1969. 2. 광주제일고등학교 졸업

1976. 2. 한양대 신문학과 졸업

1989. 9. 호남대 행정대학원 졸업 (석사)

▶경력

1976. 2-1978. 1. 전남매일신문 기자

1978. 1-1980. 11. 중앙일보 기자

1988. 5-1990. 4. 무등일보 경제부장

1991. 4-1998. 9. 광주매일신문 정치부장‧논설위원

1998. 10-1999. 10. 광남일보 논설위원

1999. 10-2001. 5. 광주타임즈 편집국장

2002. 7-2004. 2. 광주광역시 체육회 상임부회장

프로축구 광주상무 단장

2015-現 영광문학기념사업회 회장

2016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 부위원장

20대 총선 전남도 대책위원장

국민통합위원회 전남도위원장

19대 대선 전남공동선대위원장

6.13 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 공천관리위원장

2015-現 영광군민신문 편집위원장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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