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희 홍농노인대학장

며칠 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삼성과 현대차 등 15개 대기업 고위 임원들을 불러 농어촌 상생협력기금 출연을 요청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 자리에는 장관 두 분도 참석했다고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국회해당상임위원회가 사전 아무런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대상 기업을 정해 통보했다는 것이다.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은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수혜를 보는 기업들이 농어민 피해를 보전하는 차원에서 연 일천억 원씩 10년간 1조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확보된 금액이 오백 5억 원에 불과한 실정으로 이중 93%정도가 공기업이 출연한 것이라고 한다.

민간 기업들이 기금출연을 꺼리는 데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박근혜정부 당시 미르 및 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기업총수들이 횡령·배임 등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이 나서 기업 고위 임원들을 초청해 기금출연을 요구한 것이다.

야당 모 의원은 “정권이 바뀌어도 재판정에 결코 세우지 않을 것”이라는 회유성 발언도 있었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 당시 대기업기부금출연을 “적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문대통령은 지난 대선당시 “준조세금지법을 만들어 기업을 권력의 횡포에서 벗어나게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 기업들을 상대로 기금출연을 요구하는 행태를 또 되풀이하고 있는 상황이니 이것이야말로 ‘신 적폐’가 아닌가?

무엇보다 기의 경영환경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 실정이다. 3분기까지 코스피 상장기업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가 넘게 늘었지만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이들 기업들은 사실상 10%가까이 줄었다. 순이익 역시 15% 넘게 쪼그라들었다.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심각한 상황에서 정치권이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기는커녕 되려 기업경영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으니 어떻게 경제가 되살아날는지? 두고 볼 일이다.

정병희 홍농노인대학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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