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권한의 끝은 어디인지 모를 정도다. 헌법이 정하고 있는 지위만으로도 어마어마하다. 그 권한의 끝이 어디인지 모를 정도다. 국가 원수로서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한다. 구체적으로는 행정수반으로서 정부를 조직하고 영도한다(헌법66조4항). 국가 및 헌법 수호자이며 조국의 평화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66조2항,3항). 국정 통합과 조정자로서 헌법 개정안 발안권과 국민투표 부의권도 주어진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감사원 등 헌법기관 구성자의 지위까지 주어졌다.

절대 권력을 휘두른 왕들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 법으로 정하고 정하지 않고의 차이 뿐이다. 찬찬히 따져보면 3권 분립이 원칙이라는 민주주의가 이렇게 허망한 것인지 회의감이 들 정도다. 왕들도 신하들과 백성들을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루이 14세는 프랑스 역사상 가장 강한 권력을 가진 왕이다. 한때는 ‘태양왕’이라 불리며 존경을 받았다. 물론 스스로 칭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의 명성을 확립하는 일”이라고 할 정도의 과시욕이 그를 몰락의 길로 몰았다. 끝없는 전쟁으로 프랑스 경제는 파탄 나고 ‘태양왕’은 쓸쓸히 몰락했다. 오만과 독선에 가득찬 루이 14세를 생시몽 대공은 “칭찬과 감언, 아첨을 좋아하고 겉치레 인사와 순종적이고 비굴한 태도가 왕을 기쁘게 하는 비법”이라고 말했다.

이승만에서 노태우 까지는 소위 ‘민주화’ 이전이니까 놔두자. 민주화 이후 우리 대통령들을 보자. 긍정적인 면만. 김영삼은 군부독재를 종식 시켰다. 김대중은 IMF 사태를 조기에 종식시켰다. 햇볕정책으로 남북 왕래의 길을 열었다. ‘조국의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는 헌법 66조 3항을 이행한 것이다. 그리고 노벨상을 받았다. 노무현은 돈 안 쓰는 선거법을 만들어 정착 단계다. 공공기관 지방 분산배치도 성공작이다. 이명박은? 박근혜는?

아무리 생각해도 잘한 일이 생각나지 않는다. 이명박은 4대강과 자원외교에 집착하다 ‘최악’과 ‘민주주의 역행’의 오명 밖에 남긴 것이 없다. 과거는 흘러갔다. 현재는 어떤가. 좋지 않은 기억 밖에 없다. 미국 가서 술 마시고 ‘개판’친 유창종에게는 호통도 안 치더니 유승민에게는 ‘배신자’라는 낙인을 거침없이 찍어버렸다. 여당 원내대표가 행정수반인 대통령의 의중에 반하는 일을 했다는 이유로 동네 꼬마 취급을 당했다.

원인은 ‘불통’에 있다. 대통령과 여당 원내대표 사이에 어떠한 대화도 없었다는 얘기다. 물론 당 대표와도 그랬다. 야당 대표는 말할 것도 없다. 다른 정치인은 머리도, 입도 쉬고 있어야 배신자가 아니란 말인가. 또 하나. 국회 때문에 일을 못 한다는 말씀이 기억난다. 헌법에 보장된 엄청난 권한을 가지고도 국회 때문에 일을 못한다니 믿기지 않는다. 국회도 국정에 책임 있는 헌법기관이다. 당연히 국정을 협의해야 한다.

단 한 번도 야당과 의견을 나누지 않았다. ‘친박’ 이외의 여당 의원들과도 타협하지 않았다. 심지어 당 대표마저 ‘왕따’시켰다. 그리고 이한구라는 ‘아바타’를 내세워 총선을 망치게 만들었다. 18년간 절대권력을 휘둘렀던 아버지 박 전 대통령은 야당 정치인들을 불러 달래기도 하고 위협도 했다고 들었다. ‘독재자’이면서도 ‘근대화의 아버지’로 불릴 만큼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던 이유다.

영광군민신문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