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18.12.7 금 10:02
상단여백
HOME 기획특집
[여성칼럼] 여성폭력과 가정보호
김원 영광여성의전화 활동가 | 승인 2018.12.04 21:04 |
김원 영광여성의전화 활동가

1981년 11월 25일 도미니카 공화국의 파트리아, 미네르바, 마리아 테레사 세 자매가 독재에 항거하다 곤봉에 맞아 피살된 사건을 계기로 세계여성폭력추방의 날이 제정되었다. 당시 라틴 아메리카 여성들은 세 자매를 기리기 위해 11월 25일을 여성폭력추방의 날로 정하였고 이 후 1999년 UN 총회에서 '세계 여성 폭력 추방의 날’이 공식 기념일로 인정되었다. 이에 전 세계 각국에서는 매년 11월 25일을 전후로 여성과 여성 청소년에 대한 폭력 근절과 여성 인권을 위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1991년 미국 뉴저지 주에서 세계 각국의 여성운동가 23명이 모여 11월 25일부터 12월 10일까지 16일간을 ‘세계 여성 폭력 추방 주간(16 Days of Activism Against Violence Against Women)’으로 정했는데, 12월 10일은 1948년 국제연합(UN) 총회에서 세계인권선언이 채택된 것을 기념하는 '세계 인권의 날(세계인권선언기념일)’이기도 하다.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11.25~12.10)이 정해진 후 여성운동가들은 세계 곳곳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을 반대하는 여러 활동을 전개하였고 대한민국에서는 1991년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성폭력상담소, 성폭력특별법제정추진위원회, 김부남대책위원회의 4개 단체가 처음으로 ‘여성 폭력 추방 주간’을 선포하고 관련 행사를 진행하면서 여성폭력근절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렇게 세계여성폭력추방의 날이 대한민국에서 시작된 지 올 해로 37년

가정폭력방지법(「가정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과 「가정폭력방지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이 만들어진지도 올해로 꼭 21년째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법은 ‘피해자보호’가 아닌 ‘가정보호’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 가정에서 피해자들은 폭력에 의해 ‘죽거나’ 폭력을 피해 ‘죽이거나’의 문제로 끝을 맺는다. 지난 해만해도 188명의 여성들이 이 폭력에 의해 살해당하거나 살해될 위기에 처했었다. 그런데도 이 법은 여전히 가해자를 교육시켜 가정으로 돌려보내는 것에만 치중하고 있다. 하지만 폭력행위를 일삼는 가해자는 상담과 교육만으로 교정되지 않음을 현장에서 일하는 우리가 그 누구보다 절실히 느끼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우리는 말한다. ‘피해자를 중심으로 법을 개정하고 가해자 처벌을 강화하라’고.

지난 11월 27일 우리 정부는 4개 관계부처 합동(여성가족부·법무부·행정안전부·경찰청)으로 ‘가정폭력방지대책’을 발표했다. 가정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대응에 소극적이었던 정부부처가 함께 나서 가정폭력 피해자의 안전과 인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하고 가해자를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였다. 늦었지만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안전 및 자립지원을 위한 가정폭력방지 대책들이 마련된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가정폭력피해자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상담조건부 기소유예’와 이혼 소송 중 법원의 ‘부부상담명령’은 폐지되지 않고 그대로 남겨졌다. 아직도 가정폭력을 저지르는 가해자의 행동을 상담만으로 교정이 가능하다고 믿는 국가를 순진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피해자의 고통을 알면서도 그들의 삶이야 어떻든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 가정의 폭력쯤은 모른 척 하려는 이기적 발상이라고 생각해야할까?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한 가정 안에서 주 양육자가 행복하지 않으면 아이들도 행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그렇다면 폭력에 시달리는 피해자가 있는 가정에서 자녀들은 과연 건강한 성인으로 자랄 수 있을까? 또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만들어갈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까? 결국 가정폭력은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이고 우리의 일이 될 수밖에 없다.

법은 우리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고, 그 법으로 인해 다치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여성단체들이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는 ‘피해자 중심의 법 개정’과 ‘가해자처벌강화’는 결코 누군가에게 불이익을 가하자는 것이 아니다. 폭력의 피해자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더 나아가 자라나는 다음세대에게 올바른 가정과 국가를 선물하자는 것이다. 그러기위해서는 나의 가정이 안전해야 하지 않을까?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 곳이 과연 ‘가정’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보호되어야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을 맞아 또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지금 우리는 서로 다른 모습으로 다양한 가정을 이루며 살고 있다. 가정의 형태가 변하는 것처럼 제도의 개선도 그에 걸맞게 바뀌어야 한다. 정상가정, 비정상가정으로 나누고 ‘폭력가장’이라 할지라도 정상가정(?)의 모습을 위해 ‘그’가 필요하다고 고집한다면 폭력을 견디며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죽음의 길로 내몰리게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폭력을 용인하거나, 가해자를 옹호해서는 안 된다. 더불어 가정폭력을 남의 일이라 방관해서도 안 된다. 국가는 가정 안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폭력을 일상의 다른 폭력과 같은 무게로 처벌해야 할 것이며, 국민은 폭력에 대한 ‘민감성’을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폭력은 어떤 말로도 미화 될 수 없다.

김원 영광여성의전화 활동가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영광군민신문 소개광고안내구독신청기사제보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주)영광미디어 영광군 영광읍 중앙로 19  |  대표전화 : 061-352-0120  |  팩스 : 061-351-9401
등록번호 : 전남, 다00359   |  등록일 : 2015.11.23   |  발행인 : 조민상  |  편집인 : 조일근  |  청소년보호책임자 : 조일근
Copyright © 2018 영광군민신문.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