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성패는 후보의 역량과 자질, 조직 활동, 그리고 시류의 흐름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만들어지는 결과물이다. 지금까지 치러진 선거결과들을 살펴보면, 이 세 가지 항목 중에서 가장 강력하게 작동됐던 것은 다름 아닌 시류의 흐름이었음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은 이를 정치세태어로 ‘바람’이라 일컫는다. 바람 앞에 장사 없다는 말도 만들어졌다.

이번 4월 총선의 결과 또한 바람의 위세를 실감케 한 선거였다. 국민의당 호남 석권의 결과도 그렇게 해서 만들어졌다. 이 때문에 안타까운 사례도 많았다. 역량과 자질을 갖춘 꽤 괜찮은 후보들마저 이 바람의 위세로 추풍낙엽이 됐다. 과거 DJ가 야당을 이끌던 시절에 ‘말뚝만 세워도 당선 된다’는 세간의 속설이 재현된 꼴이다. 물론 그 바람의 진원이 무엇이었느냐에 대한 논란의 여지는 충분히 남겨두고 있지만.

이 바람 때문에 여의도행 버스를 단체로 올라탄 호남의 국민의당 당선자들은 솔직히 제대로 된 선거를 치르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몇몇 선거구를 제외하곤 치열하게 전투를 치르지도 않았고, 후보의 자질마저 의문시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시운이 관운의 핵심 알짜임을 다시금 실감한 선거였다.

중요한 문제는 국민의당에 몰표를 준 호남의 유권자들이 이를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당 당선자들이 참으로 각심해야 할 대목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열풍으로 대거 당선된 국회의원들의 자질 문제가 거론되면서 그들에게 ‘탄돌이’라는 비하의 호칭이 붙여졌었다. 당시 노회찬 국회의원은 탄핵 후폭풍으로 얼결에 당선된 이들 국회의원들을 두고 ‘길가다가 지갑 주은 사람들’로 꼬집기도 했다. 이번에 여의도행 승차권을 거머쥔 국민의당 당선자들 또한 마찬가지의 처지가 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쉽게 얻는 것은 쉽게 잃는다. 영어권에서는 이를 ‘쉽게 오면 쉽게 간다’(easy come, easy go)라는 말로 표현한다. 치열한 노력과 고통을 수반하지 않는 성취는 쉽게 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세상사를 곰곰 살펴보면 틀림이 없는 진리다. 정치의 장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가 탄돌이라 불렀던 국회의원들의 후사를 떠올려보면 잘 알 수 있다. ‘초심을 잃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는 당선인사 프랭카드가 거리 곳곳에 나부끼고 있지만 초심 자체가 미약하다는 평가이고 보면, 썩 가슴에 와 닿지 않는 구호일 수밖에 없다.

특히 국민의당 당선자들의 경우 초선이 무려 60.5%에 이른다. 새누리당 36.9%, 더민주당 46.3%에 비하면 초선비율이 월등하다. 쉬운 입성에다 초선의 무경험 우려까지 합친다면 의정활동 부실 위험지수가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이는 국민의당의 과제이다.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기에 자칫 입법부의 총체적 역량을 저하시키는 결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지난 13대 국회때 평화민주당 총재였던 DJ가 초선들을 대상으로 ‘과외수업’을 했듯이, 이번 국민의당 초선 당선자들을 대상으로 국회 개원 전에 선행학습을 한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원내대표 3선을 한 박지원 의원, 예산통으로 알려진 장병완 의원 등이 강사로 나설 예정이다. 20대 국회가 시작되는 6월부터는 스파르타식 아침수업을 20차례나 한다니 그 결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저 평온해 보이는 민심의 바다가 게으른 항해자들에게는 돌연 격랑의 바다로 돌변할 수 있다는 각성일 것이다. 어려운 주문도 아니다. 그들 스스로 이번 선거에서 몸소 겪은 일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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