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직후, 20일자 신문에 제가 대통령이라면 연정을 제안하겠다는 편지를 썼습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가적 위기 상황 해결을 위한 제언이었지요. 역시 연정론이 대두됐습니다. 원로들의 입에서부터 나오기 시작한 연정론을 국민의 당이 본격적으로 들고 나섰습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남경필 지사는 이미 경기도를 민주당과 연정으로 끌어가고 있습니다. 사회통합 부지사를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출신으로 임명하고 3개 국의 인사권과 예산권을 내주었습니다. 노무현 정권이 한나라당에 연정을 제안했을 때도 남 지사(당시 의원)만 찬성했습니다. 긍정적 효과를 내고 있다지요. 연정의 ‘맛’을 체험한 것입니다. 독일로 연정 공부를 하러 간다고 합니다. 다음달 16일엔 국회에서 연정 토론회를 갖는다는군요.

연정에 가장 적극적인 사람이 박지원 국민의 당 원내대표입니다. DJP 연합을 경험한 분이지요. 연정을 경험한 남 지사와 박 원내대표는 연정에 적극적인데 대통령께서는 “곤란하다”는 말로 사실상 일축해버렸습니다. 편집·보도국장들과의 만남에서도 임기 말 레임덕과 국가위기 돌파를 위한 특별한 ‘카드’가 없었습니다. 그냥 이대로 가겠다는 의중이겠지요. 바쁜 사람들 돈 들여가며 초청한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안타깝네요.

더민주는 연정을 경계하는 듯합니다. 새누리당과 국민의 당이 연합할 가능성에 대한 경계일 수도 있지 말입니다. 인기드라마 ‘태양의 후예’ 영향으로 유행중인 말투를 흉내 냈으니 오해 없으시길 바라지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어울려 세상을 살아가려면 다른 사람들, 이질적인 집단과도 어울릴 줄을 알아야 합니다. 나만, 우리만으로 잘 살 수 있는 세월은 짧습니다.

지난 3년 대한민국은 대통령 생각만으로 운영됐습니다. 그 ‘생각’은 실상 실체가 없었습니다. 아무 것도, 아무 일도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 일이 있다면 정치 자체를 없애버린 일입니다. 그 결과가 총선을 통해 나타났지 말입니다. ‘나와 우리’만을 고집한 세월 3년도 부족해 5년 다 채우시겠다는 것인지 불안합니다. 정치도 없애버리고 ‘왜 일을 못하게 하느냐’고 타박만 하는 세월 2년은 불안을 넘어 공포입니다.

모든 것을 경험할 수는 없습니다. 경험한 사람들이 얻은 것들을 내 것으로 만들며 사는 것이 삶의 지혜입니다. 남경필과 박지원의 경험을 대한민국이 사야 합니다. 묻고 따지고 할 시간이 대한민국엔 없습니다. 발등의 불이 떨어졌는데 왜 불이 떨어졌는지 묻고 따질 수 없지 않습니까. 설사 연정이 실패한다 해도 아무 것도 안 하면서 역사를 후퇴시키는 것 보다는 낫습니다. 그 실패 자체가 대한민국의 소중한 자산이 될 터이니 말입니다.

알림;4월 27일자 본란 ‘미국가서 술마시고…유창종은 윤창중으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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