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편집위원장

왜 이렇게 모든 연말은 똑 같을까? 무겁다. 올해 초. 다시는 이처럼 무거운 연말은 없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아니, 확신했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긴 세월 보아 왔던 나라의 모습은 재연되지 않을 것으로 믿었다. 경칭은 생략한다. 이승만 정권부터 박정희·전두환·노태우에 이르는 세월을 거치는 동안 무겁지 않은 세월은 없었다. 무서웠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김영삼 정권을 맞았을 때 긴가민가했다. 민주화가 이루어진 듯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민주화 투쟁에 나섰던 김영삼을 생각하면 나라가 환해질 것 같았다. 하지만 박정희의 후예들과 합친 김영삼 정권이기에 확신은 없었다. 나라 분위기는 확실히 밝아졌다. 하나회를 해체하고 금융실명제를 실시했다. 민주화가 실감났다. 대통령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세계화”를 외쳤다. 선진국들만 가입한다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19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나라 분위기가 ‘붕’ 떴다. 마치 선진국이 된 것 같았다.

개인이나 기업이나 빚을 내 흥청망청 이었다. 빚을 내 부동산에 투자하지 못하면 ‘병신’이었다. 대통령도, 은행 등 금융기관도, 기업도, 개인도 빚 무서운 줄 몰랐다. 착각이 불러온 결과는 비참했다. 개인도, 기업도, 나라까지도 부도가 났다. 외채를 갚을 능력이 없을 정도로 병이 깊어졌다. 정부 스스로 위기를 감추기에 급급했다. 때마침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가 위기를 인정할 수 없게 만든 것으로 해석된다.

대선 직전 한보를 시작으로 내로라는 대기업들의 연쇄 부도 사태가 터졌다. “괜찮다”고 버티던 국가가 결국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국가 부도다. 기업과 개인 줄도산 사태로 나라는 공황 상태에 빠졌다. 빚쟁이, 실직자, 자살자가 급증했다. 대선은 김대중의 승리로 끝났다. 호남은 환호했다. 사태가 나지 않았으면 김대중의 당선이 불투명했다. 어쩌면 초유의 국가부도 사태가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앞당겼는지도 모른다. 아이러니다.

올 초까지만 해도 나라 분위기가 괜찮았다. 경제에 경고음이 울렸지만 대통령 지지도는 고공 행진을 이어갔다. 경제위기 경고가 계속됐다. 청와대는 고집스러웠다. 경고음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제 불안하다. 청와대와 민노총이 나라를 망칠 것이라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97년을 다시 보는 듯하다. 불길한 예감을 감출 수 없다. 남북관계 개선으로 경제가 호전될 것이라는 기대보다 제2의 IMF사태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21년 전 사태로 실업자가 된 경험이 있다. 지금껏 그 후유증으로 시달리고 있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대한민국은? 상상하기도 싫다. 좌우의 문제가 아니다. 정권의 문제도 아니다. 조국과 민족의 ‘대단히 위중한’ 문제다. 우파의 어기장이 아니다. 인정할 것은 해야 한다. 정권의 신뢰문제는 다음으로 넘기시라. 실패한 정책은 붙잡고 있을수록 병만 깊어진다. 과감한 변화만이 살길이다.

“국민은 피눈물 나는 세월을 견디고 버텨 위기를 극복해냈고 국가 경제는 더 크게 성장했지만, 외환위기가 바꿔놓은 사회경제구조는 국민의 삶을 무너뜨렸다.” 문 대통령이 작년 11월 예산안 통과를 위한 국회 시정연설에서 한 연설이다. 대통령의 경제정책 변화는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정권의 실패는 더욱 아니다.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고 기업의 투자도 늘지 않고 있다. 국제적 경제 환경은 악화일로다. 이제 경험하지 못한 정책의 실험은 과감히 끝내야 한다.

“대한민국 국가부도가 임박했다고 하는데 사실입니까?” “사실이 아닙니다.” 엊그제 본 영화 ‘국가부도의 날’이란 제목의 영화 한 장면이다. 영화 속 정부는 아니라고 부인하기 급급하다. 실제로 국가는 부도났다. 악몽 같던 21년 전의 기억을 소환한 영화다. 이 땅에는 아직도 그 당시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역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역사상 가장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록되길 간절히 바란다.

▶조일근(曺一根) 편집위원장 약력

본적 : 전라남도 영광군 영광읍 도동리 247

▶학력

1962. 2. 광주서석초등학교 졸업

1966. 2. 광주서중학교 졸업

1969. 2. 광주제일고등학교 졸업

1976. 2. 한양대 신문학과 졸업

1989. 9. 호남대 행정대학원 졸업 (석사)

▶경력

1976. 2-1978. 1. 전남매일신문 기자

1978. 1-1980. 11. 중앙일보 기자

1988. 5-1990. 4. 무등일보 경제부장

1991. 4-1998. 9. 광주매일신문 정치부장‧논설위원

1998. 10-1999. 10. 광남일보 논설위원

1999. 10-2001. 5. 광주타임즈 편집국장

2002. 7-2004. 2. 광주광역시 체육회 상임부회장

프로축구 광주상무 단장

2015-現 영광문학기념사업회 회장

2016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 부위원장

20대 총선 전남도 대책위원장

국민통합위원회 전남도위원장

19대 대선 전남공동선대위원장

6.13 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 공천관리위원장

2015-現 영광군민신문 편집위원장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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