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으라 잊을쏘냐

북으로 떠난 월북 시인

한 생이 마른 뒤 나지 못하고

녹슨 철길 따라 걸어온들 못미덥겠냐

혼백으로 부둥켜안는 겨울

남으로 내려오는 새

멧비둘기면 어떻고 대붕이면 어떻겠냐

남북이 아팠던 것은

천 년 긴 세월 매듭진 동아리

상처 아물어 옹이 지면

더 굳고 단단할 져

백두에 적신 붓 한라까지

한 획으로 그어서 오는 기러기

마른 백록에 천지 푸른 서체를 날리니

결체의 평화가

염원도 앵두라진 꽃으로 피려나

압록에서 남해까지

기러기 하늘 길 따라

늬엿늬엿 해 지듯 오시려나

계실 때 시의 고장

나신 뒤 살구꽃 시窓에 어리지 않더니만

새해는 己亥年

육십 년 한 갑자를 수월이 넘겼으니

끊어졌다 이어진 철길 따라

실향민들 고향으로 오며 가려는가

고향의 시인들 넋으로 오시려나

장진기 (시인)

영광읍 백학리 200번지 출생

시집 <사금파리 빛 눈 입자>, <슬픈 지구>, <화인>, <꽃무릇, 지는 꽃도 피는 꽃처럼 사랑하는가>

장진기 시인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