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의 여섯 번째 절기를 곡우라 부른다. 곡우는 청명과 입하 사이에 있으며 음력으로는 3월 중순경, 그리고 양력으로는 4월 20일 무렵이다.

곡우는 농사철이 시작되는 절기다. 못자리도 이때 마련된다. 이 때문에 농경사회에서는 곡우에 관련된 속담도 많다. 곡우에 모든 곡물들이 잠을 깬다,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자가 마른다, 곡우에 비오면 농사 망친다 등등의 속담들이 전래된다.

민간에서 지켜지는 곡우풍속도 예사롭지 않다. 이때면 볍씨를 담가 솔가지로 덮어두는데, 초상집에 가거나 부정한 것을 보면 안 된다. 혹여 그런 일이 있으면 집 앞에 불을 놓고 그 위를 넘게 하여 액막이를 한다. 부정을 묻히고 온 사람이 볍씨를 보거나 만지게 하면 그 해 농사를 망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곡우는 영광 어민들에게도 중요한 절기다. 곡우 무렵에는 흑산도에서 겨울을 보낸 조기가 북상해서 충남의 격열비열도까지 올라가므로 서해에서 조기가 많이 잡힌다. 서해뿐만 아니라 남해의 어선들도 이곳에 모여들어 그물을 펼친다. 이때 잡힌 조기를 특별히 곡우사리라 부른다.

곡우사리 조기는 살집이 실하지는 못하지만 연하고 맛이 좋아 세간에선 곡우사리 조기를 으뜸으로 친다.

얼마 전 영광 법성포에서 곡우사리 굴비축제가 열렸다. 영광 굴비는 이미 전국적 명성을 얻고 있기에 축제가 많은 관광객들의 호응 속에 성황리에 마쳤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진다. 물론 부실한 대목도 눈에 띄었다 한다. 영광굴비의 명성에 맞는 차별화된 프로그램이 아쉬웠고, 그저 어느 축제에서나 범람하는 특색 없는 야시장만 흥청거렸다는 지적이다.

부족한 대목을 보완해 내년에는 영광 곡우사리 굴비 브랜드가 확실하게 자리 잡는 계기가 됐으면 싶다.

영광군민신문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