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향우들의 축제인 재경향우회 한마음체육대회에 다녀왔습니다. 대학 시절 대학생들이 결성한 호남 향우회나 전남 향우회 모임에 나가기는 했지만 성인들의 향우회 모임은 처음입니다. 선후배들의 얼굴을 익히고 친해지고 싶어 부지런히 나갔습니다. 당시 내무부 장관이던 법성 출신 박경원 장관과 보성 출신 국회의원 이중재 의원 댁을 찾아간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렇게 크거나 호화롭지 않은 박 장관 댁에서 무슨 과일을 주시는데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는 물론, 그 이름도 몰랐습니다.

수저를 주시면서 긁어먹으라고 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멜론’이었습니다. 그냥 서양 참외라고만 생각했지요. 그렇게 조금씩 세상에 대해 눈을 떴지요. 그때를 생각하며 향우회 잔치가 벌어지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대운동장을 찾았습니다. 이개호 국회의원과 김준성 군수를 비롯한 각 읍·면장 등 군청 간부들, 사회단체 임원들이 군청 버스로 간다기에 한 자리 얻어 탔습니다.

따지고 보면 모두 다 고향 선·후배, 형·아우, 조카·삼촌일 텐데 낯선 얼굴들이 훨씬 많았습니다. 당연한데 미안했습니다. 그래도 아는 얼굴이 조금은 있어 어색하지는 않았습니다. 세월과 함께 낯이 두꺼워진 때문이겠지요. 김준성 군수의 외삼촌이기도 한 정현도 향우회 고문께서 반갑게 손을 잡아주셨습니다. 중학생 때부터 가끔씩 뵌 분이라 그런지 그 손이 그렇게 따뜻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작은 거인’이라 부르는 요진산업 최준명 회장께서도 손을 꽉 잡아주며 반겨주셨습니다. 분당에서 첫 인사를 드리고 친해져 마음속으로 형님으로 모시는 홍농읍 출신 최병도 고문님과 5년여 만에 다시 뵈었습니다. 허물없이 반겨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행사 집행위원장인 조성호씨는 축구회 회장을 맡아 장년 회원들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더군요.

영광읍 막사를 찾았습니다. 아는 분들이 계실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요. 친구 언상의 형인 신언용 전 회장이 후배들과 함께 계셔 반가웠습니다. 몇몇 후배들과 인사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고향에 살면서 늘 보며 살아가면 귀한 줄을 모르지만 타향에서 만나면 피붙이를 만난 듯 반가운 것이 고향 사람입니다. 오죽하면 객지에서는 고향 xx만 만나도 반갑다고 하겠습니까.

이 성 회장과 이숙희 여성회장께서는 명절에나 입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나와 축제장의 분위기를 띄우셨습니다. 그렇습니다. 향우회 모임은 타향살이 하는 향우들의 명절입니다. 고향을 사랑하기에 그립고, 그래서 향우회 날은 반가운 사람들을 만나는 명절인 것입니다. 고향에 사는 분들도 이런 향우들께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향우 여러분 그간 무관심했습니다. 용서 바랍니다. 서울에 살아도, 영광에 살아도 우리는 같은 영광사람들입니다. 내년에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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