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農心)은 농부가 자연의 이치에 따라 흙과 더불어 생명을 가꾸어가면서 터득한 농업정신으로 정의된다. 박정희 정권 시절 새마을운동의 전국적 확장을 위해 각계각층의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연수를 실시했는데, 이 교육의 핵심 지표가 바로 농심의 전파였다. 이 때문에 새마을 운동은 ‘농심교’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 농심교의 교주라해도 과언이 아닌 사람이 바로 김준이다. 1926년 4월 영광에서 태어나 이리 농림학교와 서울대 농과대학을 졸업하고 1951년부터 전남대학교에 농과대학 교수로 재직했다. 1970년대 새마을 운동이 시작될 때 서울대학교 은사인 유달영 교수의 추천으로 새마을지도자 연수원장과 새마을운동중앙회 초대 회장을 맡으면서 새마을 운동의 주역이 되었다.

김준 원장의 교육은 교육생들에게 큰 감화를 끼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준 선생이 가르치는 농심은 민족종교의 말씀과 같다고 우러러보았을 정도다. ‘농부가 작물을 대하는 마음으로 우리가 모든 일을 한다면 안 되는 일이 없다’는 김준 어록은 지금도 잠언처럼 뭇사람에게 회자되고 있다.

특별한 일화도 생겨났다. 당시 롯데그룹의 신격호 회장도 새마을운동 연수에 참여했었는데, 롯데라면에 농심을 첨가하는 의미로 농심라면으로 해도 되겠냐고 김준 선생에게 청했다. 저작권 양도를 요구한 셈이다. 김준 원장은 흔쾌히 응했고 그로부터 농심라면이라는 브랜드가 탄생했다.

영광군 새마을회가 지난 2012년에 세상을 떠난 김준 원장 생가 복원사업을 벌인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를 위해 지난 달 28일 발대식과 함께 세미나도 개최했다. 전두환 정권 시절 그 동생인 전경환의 전횡 및 기금 유용 때문에 부패의 온상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은 새마을 운동이 이번 김준 선생의 생가 복원을 계기로 지고지순했던 초기 정신을 회복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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