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재 아시아문화학회 부회장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인근에 부동산을 집중 구입한 ‘손혜원 타운’ 논란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여론도 찬반으로 엇갈리며 열기가 식지 않는다.

현재의 상황을 살펴보자면 목포 주민들은 손 의원 행위의 정당성이나 일탈에 상관없이 그나마 문화공간 일대 지역에 경제적 활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관점에서 일단은 긍정적인 측면에 방점을 찍고 있는 모양새다.

손혜원 사태는 크게 두 가지 욕망의 형태에 대한 해석이 충돌하고 있다. 근대문화 거점의 가치를 추구하려는 진실된 마음으로 부동산을 매입했다는 손 의원의 해명은 자신의 ‘문화적 욕망’을 드러낸 바나 다름이 없다. 투기의혹을 제공하는 입장은 ‘경제적 욕망’을 강조하는 관점이다. 물론 두 욕망이 섞여있는 경우도 상정해볼 수 있다. 두 욕망의 균형추가 어느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지는 묵포와 비슷한 입장에 있는 도시공간의 사례를 살펴보며 유추해볼 수 있을 것이다.

광주의 양림동도 근대역사문화마을로 지정돼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곳이다. 20세기 초에 지어져 100년 이상이 된 초기 기독교 선교용 건물이 산재해있고, 정율성과 김현승 시인 등 근대인물에 얽힌 스토리텔링이 에센스를 이루고 있다.

지금 양림동은 두 가지 난관에 봉착해있다. 근대공간이라는 유명세에 힘입어 탐방객이 늘면서 상업공간들이 급속히 유입되면서 근대역사마을의 원형들이 지워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원주민들은 다소 치솟은 부동산가에 살던 집을 팔고 떠났으며, 그 집들을 현대식으로 신축하거나 리모델링한 상업공간들이 거리를 채워가고 있다. 새롭게 들어선 건물들의 용도는 주로 까페나 레스토랑, 그리고 퓨전 음식점들이다.

한참 치솟던 땅값도 지금은 하락세에 접어들었고, 여전히 빈집이 적지 않게 존재한다. 상업공간들의 수익성도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지에서 찾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문화관광 수익을 겨냥한 사회적 기업이나 마을기업들이 창업되면서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등의 긍정적인 변화가 이뤄지곤 있지만 투기열품이라 일컬어질 만큼 화끈한 움직임이 눈에 띄지는 않는다.

더욱 큰 문제는 앞서 얘기했듯이, 근대의 정체성이 하루가 다르게 훼손되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근대역사문화마을 지정과 함께 추진된 도시재생 사업이 근대의 정수를 지켜가야 한다는 원칙을 방관한 상태에서 진행됐다는 과오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쯤에서 손혜원 타운 논란으로 돌아가보자면, 우리는 두 가지 긍정적인 착안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중 하나는 손 의원의 문화적 욕망때문에라도 근대역사문화공간이라는 정체성을 지켜갈 수 있다는 점이다. 두 번 째는 손혜원 타운이 폭발적인 자산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거점이 아니라는 점이다.

유럽의 경우 귀족 가문이나 로열 패밀리들이 자신의 소장품이나 부동산을 제공하며 일대의 공간들을 매입해 유명한 문화관광 거점으로 일궈낸 사례가 허다하다. 런던의 ‘테이트 모던 문화센터’ 가 테이트 가문의 소장 예술품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사례는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법의 논리와 진실의 가치가 늘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손 혜원 의원의 행위가 자신의 의도와는 별개로 법의 논리에서 일탈에 해당될 수도 있는 문제인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정치권력을 쥐고 있는 손 의원의 신분 상 비난의 도마 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손 의원의 문화적 욕망이 근대문화 공간이라는 도시공간의 문화적맥락을 지켜가는 데 있어서는 긍정적인 측면을 지니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박호재(朴琥載) 편집위원 약력

본적 : 전라남도 함평군 학교면 복천리 913

▶학력 및 전공

전남대학교 대학원 졸업/ 도시계획 전공/ 공학석사

전남대학교 졸업/ 건축공학과

▶연구참여 및 논문

무주택저소득층을 위한 주택정책 연구 (1990, 석사논문)

광주광역시 창조도시 전략연구단 위원 (2012. 1~2012. 12)/ 광주발전 미래 비전 및 전략마련을 위한 문화관광분과 연구

전남대학교 산학협력단 연구원 (2013. 02~2014. 01)/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연차별 실시계획 용역

전남대학교 산학협력단 연구원 (2014. 09~2014. 10)/ 아시아문화학회 추 계학술대회 운영 및 발표

전남대학교 산학협력단 연구원 (2014. 11~현)/ 화순군산업단지 재생사업 기본계획수립

(사)아시아문화학회 부회장 (2015. 03~현)

▶저술 및 수상

오월의 아픔을 통일의 환희로 (1989, 르뽀집, 동광출판사 刊)

다시 그 거리에 서면 (1990, 창작집, 인동출판사 刊)

눈뜨는 섬 (1993, 장편소설 풀빛출판사 刊)

마이더스의 손 (1994, 인물소설, 웅진출판사 刊)

윤상원 평전 (2007, 인물평전, 풀빛출판사 刊)

문화부 장관상 수상 (1998, 광주비엔날레 공로상)

김대중 평전-사랑해요 DJ (2009, 인물평전, 도서출판 이룸 刊)

복합문화시설과 콘텐츠 (2013, 공동집필, 전남대유라시아연구소 학술총서)

모두를 위한 예술 (2014, 전남대유라시아연구소 학술총서 3)

▶주요경력

(재)광주비엔날레 공공미술전 큐레이터 (1998)

광남일보 편집국장 (2002~2004)

전남매일 편집국장 (2004~2006)

광주전남 뉴시스 취재국장 (2006~2007)

광주북구청 '문화의 집' 운영위원장 (2005~2009)

(재)광주문화재단 문화정책실장 (2011. 01~2014. 02)

(재)광주문화재단 문화사업실장 (2014. 03~2014~12)

아시아경제신문 호남본부, 부사장 겸 편집인 (2016. 01~2017. 07)

現 프레시안 (Pressian) 취재국장

박호재 아시아문화학회 부회장 (언론인)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