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수 해룡중학교 교감

당신이 나의 거울입니다. 당신이 사라지면 나도 사라지지요. 내가 당신 안에서, 당신이 내 안에서 오래 오래 머물길..

교직생활 시작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30여년이라는 시간이 언제 지나갔는지 소리 없이 훌쩍 흘러갔다. 영광에 처음 인연이 된 것이 82년도에 대학 동아리 봉사활동으로 영광에 첫 발을 딛게 되었고, 그 후 대학을 졸업하고 해룡중학교에서 교직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으니, 인연이 참으로 깊다. 이러한 인연이 되어 이제는 영광이 제2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겠다.

면접을 보기 위해 교장실에 들어갔는데 목판에 새겨진󰡒인농(人農)󰡓이라는 글귀가 눈에 확 들어왔다. 왠지 모를 전율이 온몸을 감싸오는 것을 느꼈다.

‘인농(人農) 그래 바로 이거구나 내가 앞으로 해야 할 것이 바로 이거다’ 싶은 생각에 처음이지만 앞으로의 내 교직생활에 전부로 생각을 하게 됐다. 그 후 지금까지도 나의 교직은 항상 학생과 함께하는, 학생들과 웃고 행복하고 하는 모든 즐거움의 시간들이 되었다.

학생들과 함께하면서 배우기를 싫어하는 학생들, 학교 오기를 싫어하는 학생들, 무기력한 학생들을 어떻게 하면 학교에 오는 것을 즐겁게 올 수 있나를 생각하면서 지금까지 노력하고 학생들과 함께 고민하고 있다.

근무하면서 학생부에서만 거의 업무를 담당하다보니, 학생들과의 갈등, 학부형들과의 갈등 등을 수없이 겪게 되었다. 예전에는 소풍을 가게 되면 학부모들이 점심을 준비해서 가져오시곤 했는데, 한번은 엄마들이 저승사자 선생님이 누구시냐고 찾으시기에 처음 들어보는 소리라 모른다고 했다. 나중에 듣고 보니 나였다. 엄마들도 나를 보고는 전혀 별명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면서 어찌하다 그런 별명을 얻게 되었냐고 하시며 한바탕 웃음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좁은 지역이라 소문이 나다보니 학생 생활 지도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우리 학교로 배정을 받으면 미리 알고 입학을 하기 때문에 생활지도가 자연적으로 이뤄지기도 한다. 읍지역이라 남자 중학교가 2학교가 있다. 그래서 많이 비교도 되고 경쟁이 되기도 하는데 학생들이 미장원에 가면 주인들이 학교가 어디냐고 묻으면. 해룡중학교라고 하면 자동적으로 머리 모양이 달라진다.

한 번은 3학년 담임을 맡았는데 2학년 학년말에 2명의 학생이 가출을 하는 일이 발생했다. 나중에 서울에서 데려왔는데 이유를 알고 보니 우리 반에 배정이 되었는데 무서워서 가출을 했다는 거다.

쓴 웃음이 나왔다. 물론 졸업을 할 때는 힘들었을 때 잘 잡아주었다고 감사하다면서 큰절을 하고 갔다. 학생들에게 원칙을 강조하다 보니 많은 학생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학부모들한테도 많은 항의를 받기도 했다. 아마도 누가 시켜서 했으면 하지 못했을 것 같다. 지금도 교감이 되었지만 우리 학생들이 다른 곳에 가서 좋지 않은 소리를 듣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잔소리를 많이 하게 된다. 사립에 있다 보니 제자들을 많이 보게 된다. 학교 다닐 때에는 많이 혼나고 꾸중 듣던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서 자신들의 일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대견스럽고 흐뭇하기도 하다. 며칠 전에는 졸업생 학부모한테서 아들이 교사 임용고시에 최종 합격을 했다고 하면서 잘 보살펴줘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면서 고맙다고 문자가 왔다.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찡하는 것을 느꼈다. 이러한 것들이 작은 보람이 아닐까 한다.

교직에 뜻을 두고 있는 제자들에게 이야기 한다. 교직이 힘들고 요즈음처럼 학생들이 버릇이 없고, 의무는 생각하지 않고 권리만 주장한다고 힘들다고 생각하지 말고, 직업으로 생각하지 말고, 교직을 천직으로 생각하고, 학생들을 이해하고 믿어주고,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고, 그들을 하나의 작은 인격체로 존중하고 사랑으로 감싸줄 때, 그들도 교사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가지지 않을까 한다. 학생들을 하나의 잣대로만 보지 말고 다양한 모습으로 보아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처음 시작하면서 갖게 된 인농(人農)이라는 글을 나의 교직명으로 삼고 초심으로 생활을 하기 위해서 노력해본다.

전현수 해룡중학교 교감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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