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희 홍농읍 노인대학장

최근 우리나라의 달걀산업이 처한 상황을 보면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설상가상이다. 달걀의 산지 가격은 생산비에도 못미친다. 일부 유통상인(식용란 수집판매업자)의 가격 후려치기 탓에 온전히 생산 농가의 몫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여기에 더 큰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산란일자 표기 의무화’다. 산란일자 표기 의무화 시행일은 23일이다.

그런데 식약처는 2017년 8월 발생한 살충제 성분 검출 달걀사태 이후 안전성 대책의 하나로 생산농가가 달걀에 산란일자를 표시하토록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농가들은 철회를 요구하며 식약처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생산 농가가 제도 시행에 반대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사실 간단하다. 이 제도가 과연 달걀의 안전성과 신선도를 높이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무엇보다 산란일자 표기는 살충제 성분 검출 달걀 사태 예방에 효과가 별반 없다. 또 신선도는 산란일자보다 유통과정이 중요하다. 보관온도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생산 농가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또한 이들은 산란일자가 하루나 이틀 앞선다는 이유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달걀은 제아무리 품질이 좋아도 폐기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생산자 단체인 대한 양계 협회는 제도 시행에 앞서 납득할 만한 답변을 식약처에 수차례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 하는 수 없이 국회와 식약처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달아 개최하고 법원에 ‘제도 집행 정지 가처분’신청을 내며 대응을 이어 가고 있다. 식약처는 묵묵부답이다.

여기에 더해 11개 단체로 구성된 한국 소비자 단체 협의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산란일자 표기로 달걀 반품이 증가할 것이라는 (농가의)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며 제도를 예정대로 시행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축산단체도 가만 있지 않았다. 축산관련단체 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농가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그때 일어날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두 단체가 성명을 주고 받는 모양새가 일단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매번 농가와 소비자가 대립하고 있는데 직접 나서서 시원한 답변을 내놓아야할 식약처는 뒷짐지고 상황만 지켜보는 것 같은 인상을 지울수가 없다. 농가의 지적은 소비자 단체가 아닌 식약처로, 대책 마련 역시 식약처의 몫으로 둘아가야 한다. 식약처의 명쾌한 해답을 촉구한다.

정병희 홍농읍 노인대학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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