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대 영광대교회 담임목사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민족사학자 단재(丹齋) 신채호(申采浩 1880-1936) 선생이 「독사신론」(讀史新論)에서 남긴 명언이요 후세에게 주는 큰 울림의 가르침이다. 금년은 일제강점이 시작된 9년만인 기미년(己未年) 1919년 3월 1일에 일어난 역사적인 3.1만세운동 100주년을 맞이한 뜻깊은 해이다. 세계사적으로 제1차 세계대전(1914-1918)이 끝난 이후미국의 윌슨 대통령이 주창한 “민족자결주의”의 영향을 받은바가 적지 않지만 외세의 도움없이 우리 민족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난 운동이요 평화적인 비폭력 저항운동이라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자부심을 갖기에 충분한 독립만세운동이다.

이러한 3.1운동은 지역과 신분과 종교를 초월한 민족운동이었는데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민족대표 33인의 구성을 살펴보면 기독교 측 16명, 천도교 측 15명, 불교 측 2명으로 이루어져 당시의 종교지도자들이 민족의 고통과 상처를 보듬고 극복하기 위해 앞장섰음을 알 수 있다. 3.1운동의 상징적 인물로 대표되는 유관순(柳寬順 1902-1920) 열사의 경우 어렸을 때부터 기독교 신앙으로 자라나 18세의 젊은 나이와 여성이라는 시대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3.1운동의 주도적인 인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일제는 3.1운동을 빌미로 더 혹독한 식민지배를 시행하여 수많은 3.1운동 지도자와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대대적인 체포와 고문을 자행했는데, 대표적으로 일본 군인들이 3.1운동 이후 한달 보름이 지난 1919년 4월 15일에 경기도 화성 제암리교회에서 만세운동에 참여한 교인과 주민 29명을 모이도록 한후에 총격을 가하며 불을 질러 잔인하게 죽인 ‘제암리교회 학살사건’을 저지르기도 했다. 또한 평양 산정현교회 주기철 목사(1897-1944)의 경우도 일제의 신사참배와 천왕숭배를 거부하고 일본제국주의의 만행에 맞서 교인들과 주민들에게 독립사상을 설교하고 고취하다가 여러 차례의 투옥과 고문으로 값진 죽음을 맞이한 독립운동가와 순교자(殉敎者)가 되었다.

만약 이런 독립운동가들의 숭고한 헌신과 이름 없는 백성들의 고귀한 희생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들의 행복이 담보될 수 있었을까 생각해본다. 지난 1월 29일에는 위안부 피해자의 상징적인 인물이셨던 김복동 할머니께서 93세의 일기로 별세하신 슬픈 소식이 있었음에도, 일본 정부는 공식적인 사과는 커녕 과거의 역사를 왜곡하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일본 정부의 진심이 담긴 사과와 올바른 역사 인식을 촉구한다. 왜곡된 역사의식과 인식은 필연적으로 불분명한 미래를 가져 올 수 밖에 없다. 근래에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일부 야당 정치인들의 충격적인 5.18 역사 왜곡도 역사의식의 부재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진정 정확한 현실 인식과 희망찬 미래의 준비는 바른 역사의식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오는 2월 27일-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린다. 이번 회담은 회담 당사자인 미국과 북한은 물론이고 우리 나라에도 매우 중요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회담의 결과에 따라 남북간의 평화와 통일의 밑그림을 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남북간의 평화적이고 자주적인 통일이 이루어질 때 온전한 의미의 독립과 광복이 완성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3.1운동 100주년 기념의 해”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참된 독립과 통일에 대한 과제와 희망을 동시에 제시하고 있다. 금번에 “3.1운동 100주년의 해”를 맞이하여 우리 영광 군민들이 ‘성숙한 역사의식’을 가지고 지역 사회와 민족의 진정한 독립과 통일을 위해 100년 전의 그날처럼 하나의 목소리를 발하며 기도한다면 빼앗겼던 들에 봄이 오듯이 평화와 통일의 봄날이 우리 세대에 반드시 오리라 확신하며 기도한다.

김용대 영광대교회 담임목사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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