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며 스승과 제자 사이의 예의를 중요시하고 배려와 존중이 생활화되었다. 지금은 스승의 날 학생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 오히려 불편하게 느껴지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스승의 날 각종 신문기사, 뉴스가 쏟아져 나왔다. 촌지를 받는 선생님들로 인해 학부모들의 고충이 심하다는 기사, 스승과 제자 사이의 사랑이 실종된 요즘 교육 현장의 문제점을 다룬 기사, 그리고 스승의 날 선생님들이 가장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를 자세히 설명해 주는 기사 등 날이 날이니만큼 온갖 스승과 관련된 기사들이 쏟아지는 날이다. 그런데 이러한 기사를 보면서 오히려 스승의 날이 불편해지는 것을 보니 스승의 날의 의미가 많이 변질되고 퇴색해진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스승의 날은 맨 처음 제자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기념일이었다. 충남 강경여고 청소년 적십자단원들(RCY)은 1958년부터 병환중에 있는 현직 선생님과 퇴임한 옛 선생님을 찾아 뵙고 위문하는 봉사활동을 벌였다. 이런 사은 활동이 이웃 학교로 퍼지고 또 우수사례로 알려지면서 1963년 9월21일 충남 적십자 학생협의회에서는 매년 5월 24일을 은사의날로 정하여 기념할 것을 결의하였다.

다음 해인 1964년 5월 15~16일 전주에서 열린 제13차 전국적십자학생협의회에서는 은사의 날을 스승의 날로 고치고 제정 취지문을 작성 발표함으로써 제1회 스승의날 행사가 청소년적십자 단원들에 의해서 시행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1965년 5월 23~24일 부산에서 개최된 동 협회 제14차 협의회에서는 스승의 날을 5월 15일로 하기로 결의하여 그 다음 해부터 지금까지 실시되고 있다.

그런데 그 날짜가 바뀌기도 하고, 박 대통령의 시월유신 이후 없어지기도 하다가 1982년에 다시 부활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그런데 왜 5월 15일인가? 민족의 위대한 스승인 세종대왕(이도)의 탄신일을 스승의 날로 삼은 까닭이다. 취지가 이렇게 훌륭했던 스승의 날이 이렇게 변질되어 오히려 스승이 불편해지는 날이 된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다 영광여중에서 작년부터 실시되는 학생회 주관 스승의 날 행사는 스승의 날의 의미를 한번쯤 학생들에게 되새겨보고 선생님도 학생도 모두 즐겁게 즐길 수 있는 날이 된 것 같아 흐뭇했다. 사랑스럽게 선생님들이 이름을 하나씩 호명하며 지어낸 삼행시 짓기, 학생들의 사랑이 가득한 손편지 전달하기, 선생님에게 감사의 영상 만들어 상영하기, 선생님을 위한 작은 이벤트 선물(목캔디, 마스크팩, 덧신) 증정 등 학생들이 스스로 만들어준 정성스러운 스승의 날 행사.

보는 이도 즐기는 이도 모두 흐뭇해지고 정겨운 순간이었다. 항상 받기만 했던 학생들이 선생님들께 만들어준 상장은 재치가 돋보이고 재미있는 추억이 될 수 있는 신선한 경험을 만들어주어 생각할수록 미소가 맴돌게 한다. 스승의 날 거창한 선물과 이벤트보다는 선생님들을 편하게 그리고 즐겁게 해준 학생들의 정성이 정말 우리의 가슴에 감동으로 다가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원래 스승의 역할과 공적은 화려하게 밖으로 잘 나타나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위스의 18세기 교육자 페스탈로치의 묘비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고 한다. "그는 모든 일을 오로지 남을 위해서만 하였고, 자기 자신을 위해 한 것이라곤 아무 것도 없다." 스승이란 단어에는 희생과 봉사라는 의미가 새겨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스승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스스로는 보람과 긍지를 느끼는 것이 아닐까.

스승의 날 세상은 시끄럽게 떠들고 있지만 우리는 스스로 우리대로 그 의미에 맞는 활동으로 보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스승의 날은 학생들의 작은 편지로, 행복한 노랫소리로 의미를 되찾았고 모두가 행복했던 스승의 날이었다고 생각한다.

문경희 영광여자중학교 교사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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