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발전소가 있는 영광은 천형(天刑)의 땅인가, 천혜(天惠)의 땅인가? 전두환 정권 들어 건설된 한빛원전은 그 시작부터 찬·반으로 시끄러웠다. 올해로 가동 30년을 맞았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원전은 원전이고 영광은 영광이다. 지역에 위치하면서도 지역 기업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다. 원전 종사자들도 ‘사택’에 사는 ‘원전 직원’일 뿐 영광사람이 아니다.

둘은 끊임없이 갈등해 왔다. 원전은 원전대로, 영광은 영광대로 피곤한 세월, 눈치 보는 세월을 살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처럼 피곤한 세월을 만든 원인을 제공한 것은 결코 영광이 아니다. 갈등을 유발한 것은 원전일 수밖에 없다. 원전 운영을 하지 않으면 문제도 없고 갈등도 없다. 원전 측의 해결 방식은 늘 일부 찬성하는 사람들에 기대는 수법(?)이었다. 최근 발생한 방사능 폐기물 운반이 좋은 예다.

반대하는 다수를 따돌리고 찬성하는 소수와 합의, 처리했다. 지역민 사이의 갈등을 유발했다.이것은 아니다. 문제, 혹은 사태의 근원적 해결이 아니라 ‘물타기’로 넘기는 것이다. ‘술수’를 운영의 근간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원칙이 아닌, 변칙이다. 영광과의 합의 보다 소수 이해 관계자와의 합의를 지역민과의 합의로 포장하는 것이다. 정말 불안하고 불편한 운영 방식이다. 편안한 운영을 해도 사고 가능성은 상존한다. 운영이 불안하면 사고 가능성은 커지게 마련이다.

원전측은 줄곧 사고 가능성을 부정 하지만 역사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우리를 가르치고 있다. 멀게는 체르노빌이, 가깝게는 일본 후꾸시마가. 언제까지 우는 아이 달래는 방식으로 운영할 것인가 묻는다. 국가 권력을, 돈을 앞세운 임시방편은 언젠가 넘지 못할 사태를 초래한다. 경고다. 원전 관련 법과 규정을 내세우겠지만 그것 자체가 민주적 과정, 즉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고준위 핵폐기물은 치명적이다. 테러나 사고, 지진 등에 의해 세상에 드러나면 우리 모두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그 유효기간은 30만 년에 이른다고 한다. ‘적당히’와 ‘술수’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지역민의 존망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차제에 원전 운영의 원칙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고준위 폐기물의 저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원전과 영광이 윈-윈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모든 문제가 원만히 해결될 것으로 확신한다. 원전 폐쇄 반대 시위를 하는 프랑스 페센하임에서 배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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