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춘추시대 오패(五覇) 중에서 가장 먼저 패자가된 제(齊)나라 환공(桓公) 때의 이야기다. 환공이 하루는 대청에서 독서를 하고 있었다. 같은 시간 윤편(輪扁)은 대청아래 뜰에서 수레바퀴를 깎다 잠시 멈추며 망치와 끌을 들고 대청위로 올라가 환공과 대화를 나눴다.

“임금님께서 읽고 있는 것이 무슨 말씀인지 궁금합니다.” 환공이 답했다. “옛 성인(聖人)들의 말씀이지.” “그 성인은 지금 살아 있습니까?” “이미 돌아 가셨지.” “그렇다면 현재 읽고 계신 것은 옛 사람들의 찌꺼기이겠습니다.” 환공이 불쾌해 하며 “내가 책을 읽고 있는데 수레바퀴장이가 어찌 논할 수 있겠는가? 올바를 근거가 있으면 아무 일 없겠지만 근거가 없으면 당신을 죽여 버릴 것이다.

“저는 제가 하고 있는 일로써 그 일도 관찰한 것입니다. 수레바퀴를 깎는데 엉성하게 깎으면 헐렁해져 견고하지 않고 꼭 끼게 깎으면 나무 뻑뻑해서 서로 들어맞지 않습니다. 엉성하지도 않고 꼭 끼지도 않게 하는 것은 손의 감각이 마음에 호응하여 이루어지는 것이지 입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입니다. 거기에는 법도가 존재 하기는 합니다만 저는 그것을 저의 아들에게도 가르쳐 줄 수 없고, 저의 아들도 그것을 제게서 배울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이 70의 노인이 되도록 수레바퀴를 깎게 된 것입니다. 옛날사람과 그의 전할 수 없는 정신은 함께 죽어 버린 것입니다. 그러니 임금께서 현재 읽고 계신 것은 옛 사람들의 찌꺼기에 불과 한 것입니다.”

임금이 모든 백성들의 생살여탈(生殺與奪)권을 쥐고 있던 시기임을 감안하면 이 장인은 자신감이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글이나 말로 얻은 것을 지식이라고 하고 몸으로 체득한 공부나 경험을 지혜라고 한다. 지식이 경험과 합치되어 녹아 만들어지는 것이다. 요즘말로 하면 윤편은 교육의 한계를 말 한 것이다. 현대 교육은 거의 말과 글로 이루어져있다. 그래서 지식은 풍부하나 그 지식을 지혜로 이용하기에는 역부족한 경우가 너무 많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시대에 세계 최고 권위 있는 상이 무엇인가. 모두가 한목소리로 노벨상이라고 말할 것이다. 이웃 일본은 현재까지 평화상을 포함하여 26명이나 된다. 유태인은 셀 수 없이 많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는 없을까? 획일화된 암기식 교육과 대학에서도 교수가 원하지 않은 방향의 대답은 점수를 적게 주기 때문에 학생들은 창의성보다도 교수 입맛에 맞게 리포트를 작성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2600년 전 최고의 패자 제나라 환공 시절에도 창의적인 지혜를 강조 하려고 ≪장자≫의 <천도편>에 이 이야기를 써서 깨우치려 한 것이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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