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쓰레기 처리가 국가적 문제꺼리가 됐다. 지구는 음식 쓰레기 분리수거에도 고통 받는다. 그 해결에 많은 돈을 들이고 있다. 남기는 음식이 많다는 얘기다. 모두가 많은 음식을 남기는 세상이면 좋다. 문제는 그 이면에 더 많은 사람들이 먹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가난한 나라의 어린이들은 먹을 것이 없어 죽어간다. OECD 가입국인 우리는 어떤가. 음식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 이면에는 먹고 살기에 힘들어 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

구의역에서 참변을 당한 열아홉살 청년의 가방 속 컵 라면은 우리가 모르는 곳에 아직도 밥 걱정을 하면서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보통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복지 제도가 그런대로 갖춰진 나라에서 밥걱정 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따져보자. 청년의 밥은 우리 복지 제도의 어느 항목이 해결해 주는가. 노인이 아니다. 장애인도 아니다. 생을 포기하고 될 대로 되라고 살아가는 노숙자도 아니다. 스스로 일해야 밥이 해결되는 청년이다.

내 눈에 비친 청년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열심히 일했다. ‘알바’가 아닌 일용직을 택해 목숨을 걸고 일한 것을 보면 언젠가 당당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건강한 정신과 육체의 소유자다. 요즘 젊은이들 가운데 보기 드문 성실한 청년이다. 누가 이 성실한 대한민국의 건강한 청년을 죽음으로 몰았는가. 서울시다. 서울 메트로다. 대한민국 기업이다. 대한민국 정부다. 대한민국 안전 시스템이다.

그를 직접 고용한 회사와 ‘메피아’에 비난의 화살을 쏘고 있다. ‘메피아’와 같은 먹이 사슬은 대한민국 도처에 널려있다. 정부나 공공기관, 은행과 기업에 이르기 까지 이 같은 먹이 사슬이 없는 곳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의를 재단하는 법원과 검찰, 세무서나 관세청 같은 ‘끗발’있는 기관일수록 퇴직 후까지 보장 받는 시스템이 짜여 있다. 철도·국방·원자력 발전소까지 ‘시스템’은 잘도 돌아간다. ‘메피아’ 보다 윗선의 책임이다.

대한민국의 번듯한 기관들 가운데 이런 ‘시스템’이 없는 곳이 있으면 손들어 보라. 국민의 박수갈채가 쏟아질 것이다. 내가 알기로는 없다. 공직자는 청렴이 기본이다. 그런데 ‘청렴상’이라는 상이 있는 것만 봐도 ‘청렴’은 보기 어렵다는 반증이다. 우리 사회 자체가 청렴한 사람에게 ‘무능’ 딱지를 붙이는 사회다.

청년의 죽음에 시선이 몰려 있는 시간. 지하철 공사장 인부들이 폭발사고로 살상됐다. 이처럼 ‘궂은일’을 하며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희생은 먹이사슬로 얽혀 썩은 사회의 책임이다. 국민의 생명을 안전하게 지켜줄 국가적 ‘시스템’이 없는 탓이다. 권력과 부를 누리는 사람들을 위한 ‘시스템’은 상대적으로 완벽하다. ‘마피아’들의 존재가 입증한다. 그들이 누리는 권력과 부는 어디에서 나오는가. 국민이다. 바꿔 말하면 국민은 ‘마피아’들의 봉이다.

누리기에는 익숙하고 세련돼 있으면서 책임지는 데는 서투른 사람들은 청년의 죽음에도 아랑곳 않고 더 많이 누리기 위한 진흙탕 싸움을 그치지 않고 있다. 서로 국회의장 하겠다고. 세비를 받으면서. 일 하는 척 하려고 청년과 죽음을 막기 위한 법을 만들겠단다. 그런 법은 나도 만들겠다. 그런 일을 예방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달라고 적잖은 돈과 권력을 쥐어준 보람이 없다.

국회의원도, 대통령도 세월호 참사가 나자 ‘시스템’을 정비 한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들이 갖춘다는 ‘시스템’은 어디에 있는가? 국민의 안전 ‘시스템’도 못 만드는 사람들이 인구 감소·남북관계·경제·외교·일자리 등 산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지각 개원이라는 고질병은 20대 국회에도 낫지 않을 것 같다. 정말 불안한 정치다. 밥값 못하는 정치다. 밥값 못해도 재선, 3선 시켜주니까 정치판이 X판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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