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재 아시아문화학회 부회장

장관들의 됨됨이를 탐문하는 국회 청문회를 보면서 ‘인사는 만사’라는 격언이 새삼 돌이켜진다. 허탈하고 답답하기도 하다. 대한민국의 중책을 맡겠다고 나선 사람들의 면모가 고작 저 정도인가 싶은 자괴감 때문이다.

한 결 같이 부를 탐하고 영달을 추구했다. 결코 빼어난 사람들이란 느낌을 전혀 가질 수가 없다. 청문회를 보기 위해 텔레비전 앞에 앉은 국민들이 이미 이런 불신의 감정을 품었을 터다. 설혹 그들이 관운이 좋아 무사히 인준에 이른다 할지라도 하는 일마다 국민의 눈 밖에 날 수밖에 없다. 정책추진의 집중력이 떨어져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쯤에서 ‘왜 이럴까?’라는 의아심을 품게 되기 마련이다. 청와대라고 보는 눈이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왜 이런 인사들에게 굳이 중책을 맡기기 위해 많은 무리수를 두면서 안간 힘을 쓰는 것인가?

질문은 다소 심오해 보일지 모르지만, 답변은 무식하게 느껴지리만치 간단하다. 대통령과, 그리고 정권과 가까운 이들을 세우기 위한 욕망 때문이다. 솔직히 정도의 차이만 있었을 뿐이지 어느 정권도 이 논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리고 문재인 정권 또한 차츰 패권주의적 실체를 드러내 보이고 있는 중이다.

다시 ‘인사는 만사’로 돌아가 중국 청나라의 ‘태자밀건법’이라는 제도를 떠올려본다. 청나라 옹정제는 즉위 직후, 황태자를 미리 정하지 않고 황제가 죽은 후에야 생전에 황제가 남긴 밀지를 개봉에 차기 황제를 세우는 황위계승제도를 만들었다. 자신이 즉위하기 까지 왕자들을 둘러싼 치열한 황위다툼에서 얻은 교훈이 남긴 제도였다.

태자밀건법은 당시의 상황에 비췄을 때 혁신적인 제도였다. 장자 계승의 원칙이 철칙처럼 지켜지던 사회적 관례를 넘어서서, 하물며 황위를 계승하는 문제에서 혈통의 위계를 무시했으니 엄청난 개혁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능력위주 제도 때문인지 청나라의 군주들은 이전 명나라의 황제들과 비교했을 때 무능한 황제는 없었다는 역사적 평가를 받고 있다. 결국 인사는 모든 일체의 관계를 넘어서서, 잘 할 수 있는 사람에게 일을 맡기면 되는 것이 정도다.

여기에도 가슴에 새길만한 공자의 가르침이 있다. 공자의 제자 중에 번지라는 제자가 있다. 공자의 수레를 몰았다는 기록이 논어 제2편 ‘위정’편에 나온다. 요즘 같으면 수행실장 역할을 맡은 셈이다. 그다지 총명한 제자는 아니었던지 ‘인’과 ‘예’를 가르치는 스승에게 엉뚱한 질문을 자주 했다는 게 기록에까지 등장한다. 예컨대 농사짓는 법이나 채소 가꾸는 법 따위를 공자에게 물어 소인이라는 비난을 듣기도 했다.

번지의 턱없는 질문에 대한 은근한 꾸짖음이었겠지만, 그때마다 공자는 농사짓는 법과 채소 가꾸는 법은 지금 밭에서 일하는 늙은 농부에게 물어보라고 답했다 한다.

‘인사는 만사’라는 이치의 근본이 바로 공자의 말 속에 숨어 있다. 아무리 현명한 지혜를 가진 사람일지라도 세상의 모든 일을 알 수는 없는 것이며, 잘 알고 잘 할 수 있는 이에게 지혜를 구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라는 교훈이다.

관계를 넘어서고, 능력을 중시하는 인사의 정도를 해치는 폐단으로 나아가서는 안 될 것이다. 숱한 역사가 그 결말을 이미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기도 하다.

▶박호재(朴琥載) 편집위원 약력

본적 : 전라남도 함평군 학교면 복천리 913

▶학력

전남대학교 대학원 졸업/ 도시계획 전공/ 공학석사

전남대학교 졸업/ 건축공학과

▶경력

前 (재)광주비엔날레 공공미술전 큐레이터

前 광남일보 편집국장

前 전남매일 편집국장

前 광주전남 뉴시스 취재국장

前 광주북구청 '문화의 집' 운영위원장

前 (재)광주문화재단 문화정책실장

前 (재)광주문화재단 문화사업실장

前 아시아경제신문 호남본부, 부사장 겸 편집인

現 프레시안 (Pressian) 취재국장

2015-現 영광군민신문 편집위원

박호재 아시아문화학회 부회장 (언론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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