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장자(B.C.370~B.C.289)는 중국 춘추시대를 지나 전국시대 말기 제자백가(諸子百家) 중에서도 가장 특이한 사상가로 꼽힌다. 본명은 장주(莊周)이고 맹자(孟子)와 동시대 사람인데도 학문에 관해서 서로 비판하거나 칭찬한일도 없고 한 번도 대면한 적이 없었다. 사람들이 노장사상(老莊思想)이라고 하여 노자의 도가(道家)사상을 이어받아 발전시켰다고 보는 견해가 많으나, 노자사상보다 구체적이고 범위도 훨씬 넓으며 사물을 대하는 방식이 적극적이었다.

장자의 글속에는 풍부한 상상과 풍자가 많다. 읽을 때에 지루함이 없어 고전임에도 재미있는 편이다. 특히 자기의 사상을 설명하기위해 다른 일에 빗대어 써놓은 우언(寓言)의 원용은 소설과 같은 짜릿함을 느낄 때가 많다. 장자의 핵심사상은 인간들에게 둘러싸고 있는 행위의 속박에서 벗어난 해방을 추구하였다.

장자는 인간이 타고난 그대로 자기 자신을 의식하는 부담조차도 싫어하면서 순수한 자연에 맡기고 거리낌 없이 살아보려고 했었다. 그래서 장자는 유교(儒敎)에서 주장하는 인(仁)이나 의(義) 같은 것도 사람의 본성을 그르치는 면에서 본다면 도적질 같은 악으로 볼 수도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중국의 긴 역사를 살펴보면 국가가 편안하고 순조롭게 잘 다스려 질 때는 유교의 윤리를 말없이 따른다. 그러나 세상이 어지럽고 살기 힘들 때에는 종교적인 것에 기대어 마음 붙일 곳을 찾는 경향이 있다. 유가사상과 도가사상은 서로 이질(異質)적이고 추구하는 방향이 달라서 공존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덕(德)을 매개체로 하여 그 덕은 통하여 세상을 다스려야 한다는 유가의 이상은 결국 도가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도 있다. 논어에서 “세상에 도가 행해지면 나아가 벼슬하고, 세상이 어지러우면 물러나 숨는다”는 군자로서의 행동에 대한 생각도 대부분 도가와 통하는 대목이다. 중국 현자들의 선함을 나타낼 때 대부분 세상의 가치를 외면 한 체 홀로 자연 속에 숨어 남이 알아보는 것을 꺼려하며 조용히 사는 사람들을 훌륭하며 깨끗하다고 존경해 왔다.

그런 사람들은 유가경전을 통해 교양을 닦았다고 해도 도가적인 사람과 별반 다른 데가 없다. 그러므로 중국에서는 유가와 도가는 서로 공존했다고 볼 수 있다. 장자의 구성은 내편 7편, 외편 15편, 잡편 11편 등 모두 33편으로 구성 되어 있다. 그 중에서 외편 17편 <추수편>에 외발짐승 기(夔)이야기가 나온다.

기라는 외발짐승이 있었는데 한번 멀리 뛰면 열 걸음을 뛸 수 있어 모든 짐승들이 기를 부러워했다. 하루는 모든 짐승들이 기를 찾아가 “기야 너는 좋겠다.” 기가 나도 부러운 것이 있다고 했다. “세상에 부러울 것 없이 보이는 네가 뭣이 부럽냐?” “나는 지네(蚣)가 부럽다.” 지네의 많은 발이 부럽다는 것이다. 다시 지네를 찾아갔다. 지네역시 뱀(蛇)이 부럽다고 했다. 뱀은 발이 없어도 나보다 더 잘 가지 않는가.

그래서 다시 뱀을 찾아갔다. 뱀도 바람(風)이 부럽다고 했다. 바람은 보이지도 않게 가지 않는가. 그래서 바람을 찾아 갔는데 바람도 움직이지 않고 가는 눈(目)을 부러워 한다고 했다. 다시 눈을 찾아갔더니 눈 역시 가지 않고도 아는 마음(心)이 부럽다고 했다. 그래서 마음을 찾아가 무엇이 부럽냐고 물으니 다시 기가 부럽다고 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장자의 가르침을 보면 하늘에서 내려준 자연스러운 기능대로 살아가는 것이 올바르게 살아간다는 장자의 교훈이다. 사람들이 자기의 장점이 있음을 알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장점만을 부러워 한다는 것을 빗대서 한 말이다.

그 유명한 목계지덕(木鷄之德)도 외편 18편에 나오는데 싸움닭의 훈련 과정을 사람의 양생(養生)에 빗대어 설명하였다. 훈련이 잘된 닭은 옆에서 요동을 쳐도 태도에 변화가 없고 마치 나무로 깎아 만든 것 같다고 했다. 그의 덕이 완전해져 다른 닭들이 감히 덤비려 하지 않고 보기만 해도 달아 날것이라고 했다. 인간도 이렇게 목계처럼 훈련을 거치면 양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이렇게 장자는 올바를 자아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을 우화로 쉽게 이해하도록 꾸몄다. 깊이 들어가 보면 불교적인 해탈과 함께 동양적인 것을 대표 한다고 볼 수도 있다. 우리에게 때때로 주는 고민이나 불안 같은 것도 인간의 행위에 저해가 되는 것도 초탈하려는 장자의 사상은 현대인들의 고민을 해결하는데도 많은 도움을 주리라고 본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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