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새벽 만남의 광장은 바빴습니다. 한빛원전 범군민대책위원회(범대위) 소속 154개 단체 회원들이 정부의 고준위핵폐기물 처리 계획 공청회에 가기 위해 서두르고 있었습니다. 힘을 보탠다는 의미에서 환송 나갔습니다. 일손이 부족한 계절인데도 옷 갈아 입고 나선 농민단체 회원들에게 미안했습니다. 여성의 몸으로 궂은 일 마다 않은 분들에게 감사했습니다. 남의 일은 몰라라 하기 일쑤인 청년들이 대견했습니다.

선거에 나서는 사란들은 관광차 떠난다 해도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어떻게 알았는지 얼굴을 내밀지요. 그런데 이날은 김준성 군수와 군의회 장세일 의원만 보이더군요. 왜 일까요? 몹시 궁금했습니다. 말 못할 사연이 있을까. 아니면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기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원전을 불편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소신 때문일까. 궁금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수십 년 기자로 살아온 버릇이지요.

늘 그랬듯이 답도 혼자 내렸습니다. 한빛원전이 영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었습니다. 더 자세히는 한빛원전이 영광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력 크기 때문일 것이라는 데 까지만 생각했습니다. 혹시 원전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들을 멀리 하려고 노력한다는 ‘싸인’을 원전측에 보내는 것일 수도 있겠지요.

그 새벽에 평소 ‘좋은사람’이라고 사랑하던 김 군수를 보기가 불편했습니다. 고준위 핵폐기물은 영광의 모든 사람은 물론 땅까지도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 있습니다. 관련 정책이 주민 의견을 무시한 채 진행되고 있는데도 ‘강 건너 불보듯’ 하고 있다고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주인이 주인 노릇을 하지 않는다는 불평을 털어 놓았습니다. 그렇지 않다고 말씀하셨지만 분명한 것은 범대위는 적극 나서는데 영광군은 관망만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고준위핵폐기물 저장고 신설 문제는 원전이나 핵을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군민들 사이에 갈등이 있을 이유도, 필요도 없는 문제입니다.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 그것도 내 자식이 돈을 못 번다거나 내 손자의 몸이 약하다거나 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자손들이 대대로 안전하게 살 수 있느냐, 만약의 사고로 아무도 살아남지 못하느냐의 문제입니다.

군의회에는 원전특별위원회도 있습니다. 염산 출신 김강헌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지요. 의회는 왜 ‘특별’위원회까지 설치했을까요. 한빛원전 관련 민원 창구로 사용하기 위해서일까요. 현안 사안의 조정과 해결에 앞장서라는 의무가 주어진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그 원전 특위 위원장은 범대위의 대응엔 전혀 관심이 없나봅니다. 반핵주의자들의 거친 대응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군민의 의견을 모으고 행동하는 데 앞장 서는 것이 군수와 의원들에게 주어진 의무라는 사실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습니다. 오해이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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