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가깝게 지내는 친구에 관한 고사는 수도 없이 많다. 오늘은 절굿공이와 절구 같은 서로 없어서는 안 될 관계에 있는 친구사이를 말할 때 쓰는 고사다. 절굿공이와 절구는 상호보완관계에 있다. 곡식을 빻을 때 절굿공이가 없으면 아무런 구실을 못하듯 없어서는 안 되는 친구를 말하기도 하고, 어려움에 처하여 머슴살이를 하는데도 우정만은 이어오며 보잘 것은 없지만 거리끼지 않고 잊지 않는 친구를 말할 때 저구지교(杵臼之交)란 고사를 많이 쓴다.

후한시대에 있었던 이야기를 남북조시대 범엽(范曄)이 쓴 후한서(後漢書)에 나오는 이야기다. 오우(吳祐)는 진류 사람인데 12살에 남해태수로 나가는 아버지의 임지로 따라 갔다. 종이가 없던 시절 오희는 죽간을 살청 하여 경서를 필사하려 했다. 살청이란 대나무의 좀을 방지하기 위해 굽는 일이며 죽간은 큰 대나무를 얇게 쪼갠 것이다.

그런데 어린 아들 오우는 아버지의 죽간 제작을 만류하며 “아버지께서는 형산을 비롯한 다섯 개의 산을 넘어 고향에서 너무 멀리 와 계십니다. 이 책이 쓰여 진다면 수레를 이용해야 할 정도로 부피가 많아집니다. 위로는 조정으로부터 백성은 다스리지 않고 엉뚱한 짓만 한다고 의심 받을 수도 있고 아래로는 권력 있는 자들이 욕심내어 차지하려 할 것입니다. 그래서 만류 하는 것입니다.”

오우는 20세의 젊은 나이에 아버지를 여위고 가난하게 살면서도 남의 도움을 사양하며 돼지를 키우고 경서도 섭렵하며 미래를 향해 열심히 살았다. 그런데 아버지의 옛 친구들이 이런 광경을 보고 딱하다는 듯이 “태수의 아들로 스스로 천한 일에 종사하고 있으니, 선친께서 저승에서 어떻게 생각 하겠는가?” 오우는 죄송하다고 하면서도 자기의 뜻은 굽히지 않았다.

오우가 효렴이란 벼슬을 얻어 집을 떠나게 되자 마을 사람들이 모두 나와 그의 장도를 빌었다. 동료들의 시기로 쫓겨날 위기에 봉착했으나 태수는 “오우는 사람을 알아보는 혜안을 가졌으며 청렴한 사람이니 이제는 그 사람에 대해서 더 이상 문제를 거론하지 말라” 하며 일축해 버린다. 당시 공손목(公孫穆)이란 사람이 태학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학비를 조달 할 수 없어서 변장을 하고 오우의 집에서 삯방아를 찧었다. 오우는 그를 만나 이야기 해보고 그의 사람됨에 반해 방앗간에서 그와 교분을 맺는다(杵臼之交).

오우는 그 후 승진하여 교동후상이 되어 모든 일에 솔선수범하니 사람들의 칭찬이 자자했다. 관구장이란 사람이 어머니와 시장에 나갔다가 취객으로부터 욕을 당하자 화가 난 관구장은 취객을 단칼에 죽이고 달아났으나 금방 잡히고 만다. 오우가 관구장 에게 말한다. “아들로서 어머니가 욕을 당하면 수치로 여기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화를 다스리지 못하면 반드시 어려움이 따르고 쉽게 행동을 하면 어머니께 누가 되는 것을 그대는 몰랐던가. 그대는 백주에 살인을 했으니 관용을 베풀면 도리가 아니고 형벌을 행하려하니 잔인한 생각이 든다.” “나라에 법을 어겼으니 죽음밖에 더 있겠습니까?”

오우는 관구장에게 아내는 있으나 아직 자식이 없다는 것을 알고 아내를 옥중으로 불러들여 동침(同寢)하게 했다. 관구장은 아내가 임신을 하자 “오군(吳君)의 은혜를 무엇으로 갚으랴. 당신이 다행히 아들을 낳으면 이름을 오생(吳生)이라 하고 아이가 지라거든 오군의 은혜에 보답하도록 일러 주시오” 하고 목을 매 자살했다. 오우의 사람 사귐은 귀천을 따지지 않고 교분을 나누었다. 오우처럼 출신성분을 가리지 않고 사귀는 ‘저구지교’가 진정한 친구이지 않을까.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