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속담(俗談)에 이미 엎질러진 물이란 속담이 있는데 바로 여기에서 나왔다. 주(周)나라를 세우 는 데 공헌(貢獻)한 강태공(姜太公) 이야기이다. 본래 강태공은 강자아(姜)子牙) 라는 이름으로 은(殷)나라 마지막 주(紂) 임금 밑에서 벼슬을 했었다. 그런데 주지육림(酒池肉林) 으로 패륜(悖倫)을 일삼고 정치(政治)에는 관심(關心)도 없는지라 벼슬을 그만두고 낙향(落鄕)하여 할 일이 없어 집근처 위수(渭水) 강가에서 낚시를 하며 세월을 보냈다. 고기는 한 마리도 낚지 못했다.

그때 이미 노인(老人)이었는데 밤에는 책만 보고 낮에는 낚시만하니 생계(生計)가 힘들어져 첫 아내였던 마(馬)씨 부인이 능력 없는 당신과는 살수가 없다고 하면서 집을 나간다고 한다. 강태공은 조금만 참아달라고 애원하지만 뿌리치고 친정으로 가버린다. 그 후 주나라 문왕이 은나라 주왕을 몰아내고 새로운 주나라를 세웠다(B.C약 1,100년경). 이때 일등공신(一等功臣)으로 제나라를 봉지(封地)로 하사 받아 제나라의 시조(始祖)가 되어 화려(華麗)하게 임지(任地)로 떠나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다.

어떤 사람이 출세(出世)하여 지나간다는 소문(所聞)이 강태공(姜太公)의 전처(前妻)의 귀에도 들어갔다. 전처는 강태공인지를 전혀 모르고 그 옆을 구경꾼들 틈에 끼어서 보니 전남편이 아닌가. 출세한 전남편을 보니 옛 생각이 나서 행군대열을 가로막고 강태공 만나기를 청했다. 행군대열이 시끄러운 것을 본 강태공이 왜 저쪽이 시끄러운 가 하자 어떤 여인이 전하를 뵙기를 원(願)합니다. 그럼 그 여인을 데려 오너라 하여 접견(接見)하는데 전처를 보고 놀란 것은 강태공 역시 마찬가지였다.

반갑기도 하고 조금만 참아 달라고 했는데 도망가서 괘씸하기도 했을 것이다. 난감한 강태공은 기지(機智)를 발휘한다. 동이에 물을 한가득 길러오라 해서 그 동이의 물을 땅에 들어붓게 한 다음 전처 마씨를 바라보며 그 물을 다시 동이에 담는다면 당신과 함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함께 살고 싶은 욕심이 발동(發動)한 마씨는 엎질러진 물을 동이에 담으려 했으나 물에 젖은 흙만이 손에 잡힐 뿐이었다. 그 광경을 보고 강태공이 말했다.

그대는 헤어졌다 다시 합칠 수 있다고 생각 하겠지만 이미 엎지른 물이라 지금 당신처럼 담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할 수 없이 마씨 부인은 지난날을 되새기며 떠날 수밖에 없었다. 본래는 복수불반불 이란 말이 <한번 해어진 부부가 다시 만나 살수 없다>는 뜻이지만 그 뒤부터는 무엇이고 일단 지나간 것은 다시 되돌리거나 원상복구를 한다거나 다시 시작해 볼 수 없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우리 속담에도 ‘깨진 그릇 맞추기’가 있다. 서양에도 ‘엎질러진 우유를 놓고 울어봤자 소용없다’는 속담이 있다. <이경일 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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