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은 인간만이 갖는 관계의 문화다. 그 본질은 ‘당신을 존중합니다’라는 마음의 표현이기에 나쁠 건 없다. 그러나 서열과 지위의 높낮음에 지나치게 얽매이는 과잉 의전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게 할 때도 많다. 행사의 참 주인과 목적을 훼손하는 맹랑한 의전이 비난을 사기도 한다.

공연과 같이 뭇사람이 그 열기를 즐겨야 하는 자리에 정치적 위상을 지닌 소위 브이아이피라는 사람들이 서열 순으로 줄줄이 나와서 마이크를 쥐는 바람에 관중석이 썰렁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얼마 전 황교안 국무총리가 서울역 플랫폼까지 관용차를 몰고 들어가 권력 위세를 부리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반면에 미국의 대통령 오바마가 우산을 직접 들었다든지, 북유럽 어느 국가의 국왕이 일반 시민과 함께 줄을 섰다든지 하는 사례들이 미담으로 회자되기도 한다. 불필요한 형식의 구애를 받지 않는 자유로운 의전은 선진사회 특유의 바람직한 풍속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우린나라의 경우 과잉의전의 습벽은 잘 사라지지 않는다. 특히 공공기관이 치르는 행사의 경우 의전은 행사 내용보다 더 우위에 있는 과업으로 다가설 때가 많다. 오죽하면 ‘의전에 실패하면 다른 거 아무리 잘해도 필요 없다’는 말이 공직사회에서 만들어졌겠는가.

과잉의전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의전을 자신에 대한 대접으로 여기는 지도급 인사들의 의식이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리배치 서열이 맘에 안 든다고 행사장을 박차고 나가는 이들, 행사장에서 자신을 소개하지 않았다고 두고두고 뒤끝을 보이는 사례 등을 우리는 여전히 빈번히 눈여기고 있다.

영광군이 불필요한 허례를 줄이고 주민중심의 품격 높은 공공행사를 위해 ‘의전행사 준용지침’ 표준안을 마련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소위 기관장이라 불리는 사람들의 의식이 변하지 않는 한 과잉의전도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영광군민신문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