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지원 동죽 7톤 ‘반품’사건으로 갈등 표면화

22일 밤 11시 한빛원전 정문 앞에 대형 화물차가 한 대 도착했다. 화물차엔 망에 싸인 동죽 조개가 실려 있다. 실려 온 동죽 조개는 사람들에 의해 길가에 내려졌다. 아니, 버려졌다.

동죽은 탕·죽·칼국수·구이 등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다. 인기가 높은 만큼 어촌의 소득 자원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날 밤 동죽은 사람들 사이의 갈등으로 수난을 당했다. 동죽 수난사는 한빛원전에서 시작된다. 한빛원전의 염산면 두우리 해양 활성화 사업 지원 명목으로 이날 오후 6시경 두우리 창우항에 내려졌다. 두우리 어촌계 대의원들로부터 계장으로 추대된 김현씨(52)에게 오후 3시 까지 도착시키기로 약속됐다.

한빛원전은 동죽 14톤 가운데 7톤(시가2000만원추정)을 약속보다 세 시간 늦게 도착 시켰다. 조개를 뿌리기 위해 예약한 배들도 가버리고 물이 빠져 방법이 없었다. 새벽 3시 작업키로 했다. 밤 10시경. 어촌계장으로 활동중인 선상업씨 등이 화물차를 대고 동죽을 실었다. 원전 측에 전화로 ‘반품’을 알렸다.

11시 경. 동죽은 또다시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바닥에 버려졌다. 일부는 짓밟히고 깨졌다. 한빛원전 해양기술팀 직원의 말이 귀에 거슬린다. “민·형사상 책임 문제가 따릅니다.” 전후 사정은 모른다. 하지만 한빛원전이 어민들에게 법을 앞세워 ‘겁’을 주는 말로 들렸다.

“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그대로 방치하면 썩는다. 그러면 치우기가 더 어렵다. 반품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말보다 설득력이 있다. 인도에 버려진 동죽의 운명은 모른다. 살았건 죽었건 인근 바다 속에 버려졌을 가능성이 크다. 원전 측에 처리 결과를 묻기가 두려웠다.

그 많은 생명들이 귀찮은 존재가 되어 수난 끝에 정상적인 생명으로 성장할 수 있으리란 보장이 없다. 인간 때문에 수난당한 동죽에게 미안해 안부조차 묻기가 부끄럽다.

한빛원전은 지난 밤의 비극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나머지 7톤을 가져갔다. 그리고 김현씨 측에 의해 바다에 뿌려졌다.

선 씨와 김 씨 간의 갈등에 휘말려 7톤의 동죽은 모진 수모를 당했다. 영광군에 물었다. 두우리 어촌계장이 누구냐고. 수협에도 물었다. 모두 “누구라고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어촌계장으로 추대됐다고 주장하는 김현씨에 따르면 지난 1월 21일 총회를 열어 선상업 계장 해임을 결의했다. 대의원이 계장을 선출 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하고 대의원을 뽑았다. 거기에서 함형수 씨를 계장으로 선출했다. 선씨 측에서 무효소송을 제기하자 3월 31일 다시 총회를 소집(70명 참석), 선 계장 해임 건을 다시 통과 시키고 10명으로 구성된 대의원들에 의해 허재성씨가 선임됐다. 허씨의 자격이 문제가 되자 5월 25일 대의원대회에서 김현씨가 계장으로 추대됐다. 김현 씨는 대의원들이 계원 40명 이상의 동의서를 받는다는 조건부로 수락했다. 김씨는 어촌계를 안정시키고 6개월 내에 물러나겠다고 25일 밝혔다.

이에대해 선씨 측은 2014년 2월 18일 두우리 어촌계에서 창우 어촌계가 분리될 때 총회를 했으며 지난 해 총회를 하려 했으나 김씨측의 방해로 무산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협중앙회의 ‘대의원 총회를 통한 어촌계장 선임은 불가능하다’고 유권해석한 문건을 제시하며 자신이 계장임을 주장했다. 수협중앙회는 ‘총회에서 선출한 계장을 일부 계원들이 만든 대의원회에서 해임할 수 없다고 사료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일부 계원의 의사만으로 총회에 가름하는 대의원회를 조직할 수 없다고 했다.

선씨는 또한 소집공고를 내 5월 17일 수협에서 계원 50여명이 출석한 긴급 총회에서 ‘대의원회 무효와 선상업 계장 신임’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회의록을 공개했다. 선 씨는 27일 영광군을 방문, 군이 김씨 측 개정한 정관이같은 사실을 알리고 자신이 합법적인 어촌계장임을 확인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현씨 측은 동죽을 ‘반품’한 선씨 등을 특수절도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최근까지 긴밀한 관계였던 두 사람의 반목은 두우리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고 있다.

선씨 측은 한빛원전이 영산강환경청으로부터 의무적 시행을 지시받은 ‘환경개선사업’을 ‘해양생태활성화 사업’으로 변경 시행을 거부한다. 반면 김씨 측은 찬성한다. 이같은 어촌계의 갈등이 영광군 전체 어촌계, 즉 모든 해안 마을로 확산돼 민·민간의 심각한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영광군이나 군의회가 적극 나서 의견을 모으지 않는다면 한빛원전에 의한 민·민 갈등의 확산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표’ 때문에.

조철상 선임기자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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