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고흥 출신으로 인천계양구에서 20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16대부터 내리 3선 했다. 인천 시장에 당선됐으나 재선에 실패, 2년의 공백 끝에 다시 국회 진입에 성공했다. 호남 출신으로 이만한 경력을 가진 정치인은? 정동영(전북)은 대선에 도전했으나 고배를 마시고 추락했다. 와신상담 끝에 여의도에 입성했다. 하지만 누구도 그를 ‘용’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정세균 국회의장(전북)도 ‘용’이 될 가능성은 글쎄다.

16대부터 내리 5선을 한 광주 출신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 그를 ‘용’의 반열에 올릴 새누리 당이 아니다. 그래서 기대하지 않는다. 경력이나 나이로 보면 이낙연 전남도지사가 ‘용’의 반열에 올라주길 기대한다. 경력이나 나이가 훨씬 못 미치는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이미 ‘용’이 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잠용’으로 불린다. 이 지사께 ‘용’이 되는 길로 나서길 권했다. 웃기만 했다. 아쉽다 못해 안타깝다.

‘용’이 되려면 먼저 ‘용’이 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나는 송영길이 인천 시장에 당선됐을 때 ‘용’깜 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에게 주목했다. ‘송영길을 주목하라’는 칼럼을 쓰기도 했다. 송영길은 국회의원 시절 한·불, 한·일 의원연맹의 주축으로 활동했다. 남북 관계에는 누구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개성공단을 왕래했다. 경제학도이면서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소위 ‘스펙’으로 이만한 인물 찾기 힘들다.

그런 송영길이 영광에 왔다. 당대표로 나섰으니 도와달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다. 그의 말을 들으면서 가슴이 아려왔다. 인천 시장 재선에 성공했더라면 당대표로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용’이 되겠다고 나섰을 것으로 믿는다. 실패를 딛고 다시 날개를 달기 위해 당대표에 나선 것으로 읽었다. 이개호 의원은 더민주가 호남의 당인데 호남 출신이 당대표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털어놨다.

지난 총선에서 호남은 더민주를 철저히 응징했다. 그렇게 밀어줬는데 호남의 정치적 영향력을 이처럼 추락시켰느냐는 질책이다. 그 화살이 문재인에게 쏟아졌다. 문재인 때문에 호남의 정치력이 쇠퇴했는가? 냉정히 따져보면 호남 정치인들이 ‘못나서’다. 문재인이 대표하는 ‘친노’패권에 밀렸다. 그리고 철저히 비주류로 전락했다. 성적 나쁜 것을 남의 탓 하는 것과 같다. 내가 공부를 못해서 성적이 나쁜 것이다. 호남 정치인들의 성적 나쁜 책임을 왜 문재인에게 물어야 하는가.

정당은 집권욕이 있어야 한다. 그 능력을 길러야 한다.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집권 의지가 있어야 한다. ‘뱃지’ 다는 것에 만족하며 ‘선수’만 더해가는 것은 정치인의 길이 아니다. 월급쟁이와 다를 바 없다. 직업이 정치일 뿐이다. 국민은 직업 정치인을 원치 않는다. 평균점수 이상만 맞을 정도의 사업과 예산을 따오는 것은 국회의원 ‘짬밥’ 만으로도 가능하다. 호남, 특히 광주·전남 국회의원 가운데 누가 집권 의욕을 보였는가?

호남 정치력 쇠퇴의 가장 큰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를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첫째는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에게 있다. 주인이라는 의식은 있으면서 왜 밀리는가. 이런 저런 핑계가 있겠지만 결국 능력이 딸려서다. 왜 이 지역 출신 의원들의 능력이 딸리는가. 정치인이 정치판에서 밀리는 것은 정치력이 없기 때문이란 이유 외엔 모두 핑계다. 문재인은 초선 의원으로 대선 후보가 됐다. 3선 이상이 즐비한 호남 의원들은?

공천이 곧 당선인 지역이다. 국민을 보는 정치를 하지 않았다. 공천만 보는 정치에 주력했다. ‘한가락’씩 하는 판에서 ‘용’이 되겠다는 꿈은 키우지 않았다. 스스로를 ‘공천’의 틀 속에 가두어 버렸다. 후계자를 기르지 못한 김대중 전 대통령 탓도 전혀 없지 않다.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고 했다. ‘용’깜을 꽂지 못한데 대한 원망도 해본다. 정치인은 표를 먹고 자란다. 당신이 어지간히 내공이 쌓인 정치인이라면 ‘용’이 되겠다고 나서라.

송영길 혼자 보다 둘 이상이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승을 하려면 ‘페이스 메이커’가 필요한 것과 같다. 호남 정치력 회복이 이루어지고 지역민의 가슴에 꿈을 심어줄 정치인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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