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인선 영광백수중학교 교장

한 열매가, 열매가 되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정성이 여물어야 했나 땀, 물, 볕, 때(時), 기도, 심고, 가꾸고, 거두는 이 고마움, 열매의 무게만큼 고개 숙여진다.

한 열매가, 열매가 되기 위하여 시인 조병화님의 ‘열매’라는 시를 읽을 때마다 떠오르는 말은 ‘감사’라는 단어입니다. 정말 ‘흔하디흔한 것’이면서도 ‘동시에 최고의’ 낱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나의 열매가 맛있는 과육으로 튼실해질 때까지 바람과 햇볕과 농부의 땀방울이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잊고 삽니다. 아침에 건강한 몸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 튼튼한 두 발로 걸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갈 곳이 있다는 것,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는 것에 감사해 본 적이 있습니까? 그런 것쯤이야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겠지요.

‘97년에 선종한 마더 테레사 수녀님은 어린 시절 자매들과 거실에서 같은 반 친구의 흉을 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때 곁에서 책을 읽던 테레사 수녀의 어머니는 벌떡 일어나 전등을 꺼버렸습니다. 깜짝 놀라 불을 켜달라고 하자 어머니가 말했습니다. “남의 흉이나 보는 사람을 위해 켜줄 전기는 없다”고 말입니다. 때론 자신과 의견이 안 맞아 다투기도 하지만, 친구들이 있어 학교생활이 즐겁고 풍요롭다는  그 사소한 감사함을 망각한 딸에게 주는 어머니의 가르침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청소년기를 이해하지 못하고 잔소리만 하는 것 같지만 부모님이 계시기에 참으로 감사합니다. 호화롭거나 멋진 외관이 아니지만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은 행복입니다.

요즘 학생들은 학교에서 모든 것을 다 해결해주기 때문에 감사함을 잊고 사는 것 같습니다. 교과서, 각종 체험학습, 우유, 급식, 학습에 필요한 학용품까지, 이 모든 것들을 무상으로 받다보니 언젠가부터 그것을 당연시하고, 감사의 마음보다는 더 좋은 것을 바라며 불만을 표시하는 모습을 보곤 합니다. 지금이야말로 감사의 교육이 필요한 때입니다. 사소한 일에도 늘 감사하십시오. 그러면 더 감사할 일이 생길 것입니다. 감사와 긍정의 에너지야말로 무한대의 기쁨의 씨앗입니다.

류인선 영광백수중학교 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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