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당골-영광 청보리>

보리밭은 한때 우리 농촌마을의 원형적인 풍경이었다. 겨울을 난 언덕배기에서 해동과 함께 파릇파릇 일제히 고개를 내미는 보리밭 정경은 시골에서 자란 사람들에겐 아련한 향수로 다가서는 그림이다. 시인 김남조는 “보리가 익어가는 푸른 밭 밭머리에서 유월과 바람과 풋보리의 시를 쓰다” 라고 읊으며 보리밭을 6월의 상징으로 노래했다.

이렇듯 농촌 정서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보리밭이 어느 때 부턴가 점점 보기 드문 풍경이 되었다. 쌀과 함께 했던 주식의 자리를 빼앗기면서 환금 작물로서의 인기를 잃었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부터 정부가 보리 수매 물량을 줄이다가 2012년 수매를 전면 중단함에 따라 대부분 농가들이 보리 재배를 아예 포기해버림으로써 보리농사는 급격하게 쇄락의 길로 들어섰다.

웰빙 문화가 도시인들의 취향이 되면서 보리가 다시 차츰씩 고개를 들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진다. 무기질, 비타민, 식이 섬유를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으면서도 칼로리가 적어 성인병을 예방하는 다이어트 식품으로 인기를 얻어가고 있다. 이 지역 영광이 보리 부활의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하니 더더구나 관심이 쏠린다.

영광 찰보리6차사업단이 지난 해 중소기업청이 실시한 지역산업특구 평가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전국 166곳과 겨뤄 얻어낸 당당한 성과여서 더욱 빛이 난다. 보리 수매제 폐지에 따른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자는 역발상의 농정이 이룬 쾌거임에 틀림없다.

보리빵, 치즈 새싹 보리제품, 새싹 보리분말 등 다양한 보리가공식품을 개발하고 꾸준히 인지도를 높인 노력이 큰 성과를 만들어냈다. 덕분에 전라남도 보리생산의 14.7%를 차지하고있을 정도로 보리재배 면적이 다시 늘면서 관련 업체들의 소득도 증가하고 있다.

쇄락한 보리농사를 오히려 블루오션으로 부활시킨 영광군, 보리 경작 농민, 그리고 가공식품 개발과 유통에 애를 써온 관련 기업들에게도 기립박수를 보내야 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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