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산 조경길 선생

영광읍사무소 2층 주민자치위원회 교육장 칠판에 그려진 금강산. 서예 강좌를 맡은 지산 (志山)조경길 선생이 분필로 그린 작품 ‘흉중금강산(胸中金剛山)이다. 선생이 낙서하듯 그린 ‘금강산’을 오가는 모두는 한참씩 지켜 본다. 선생은 ‘낙서’라고 하지만 누구도 낙서로 보지 않는다. 그러기에 3주가 지나도록 지우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지산 선생께 물었다. 왜 그렸느냐고. “순간 그리고 싶었다”가 답이다. 왜 금강산이냐 재차 물었다. “금강산은 우리 민족에게 단순한 산이 아니다. 민족의 정기, 기개와 긍지, 역사와 정신이 담긴 산이다. 늘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다. 겸재 정선(1676-1759)이 금강산을 즐겨 그린 것도 산 자체보다 그 정신적 의미를 찾기 위함이었다고 생각한다.”

왠지 찡하다. 칠판에 분필 그림이지만 사람들이 함부로 지우지 못한 까닭을 알 것 같다. 화제 ‘운귀산 독립 일만이천봉(雲歸山獨立一萬二千天峰)’은 ‘구름이 돌아가니 산이 우뚝서 일만이천봉’이라는 뜻이다.

겸재 정선이 부채에 그린 금강산정양사도(金剛山正陽寺圖)와 함께 감상하며 잠깐이라도 더위를 잊어보면 어떨까요.

유창수 기자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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