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록 전남도지사

지난 5월 10일,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 전라남도 영광에서 벌어졌다. 한빛원전 1호기 제어봉 제어능력 측정시험 중 원자로 열출력이 운영지침서의 제한치인 5%를 초과한 18%까지 치솟았다. 그럼에도 원자로는 12시간 가까이 계속 가동되었다. 무면허 정비원이 핵분열 제어봉을 조작한 일도 밝혀졌다. 이는 원자력안전법 제26조(운영에 관한 안전조치 등), 원자력안전법 제84조(면허 등)를 명백히 위반한 일이다.

이번 사고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하며 많이 놀라셨을 군민들께도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한 이 사건은 그동안 세계에서 일어났던 대규모 사고의 원인과 비슷해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큰 사고가 일어나기 전, 작은 사고와 사전 징후가 선행한다는 하인리히의 법칙을 떠올리게 한다. 원자력 이용에는 안전성 확보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한 번 사고가 나면 그 지역은 물론이고,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 일본 후쿠시마,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한빛원전은 가동 중 잦은 고장 외에도 2012년 5, 6호기 등은 미검증품 사용, 위조기기 납품비리가 있었고, 최근 3, 4호기는 격납건물에 틈이 생겨 현재까지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이번 한빛 1호기 수동정지 사건이 원전 안전에 대한 도민의 불신을 더욱 부추긴 셈이다.

단순히 반성만으로 문제가 해결될 순 없다. 원전 안전은 일회성 처방이나 몇 마디 구호로 달성할 일이 아니다. 이번 사고로 무사안일, 무책임, 안전불감증 등 안전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점들을 고스란히 드러낸 만큼 이제라도 책임감 있는 태도와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와 한수원은 사안의 심각성을 깨닫고 철저한 사고예방 대책을 강구하여 국민과 지역민이 신뢰하고 안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이뤄지고 있는 특별조사내용을 모두 공개하고 책임자 처벌과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책도 마련해야 한다.

사업자 관점이 아닌 국민의 입장에서 원전 안전을 위해 새로운 각오와 결의를 보여야 잃어버린 도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안전불감증은 엄청난 사고의 시작이라는 확고한 인식이 필요하고, 안전 최우선의 자세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원전규제와 감시기능이 제대로 작동되는 체계를 다시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원전안전 관리체계 강화 대책을 정부에 강력히 촉구한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독점하고 있는 안전규제와 감시를 지자체도 참여할 수 있도록 즉각 개편해야 한다. 전라남도는 안전 의식을 바로 세워 기본부터 안전한 전남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한빛원전이 안전한 전남,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길에 함께 해주길 바란다.

전라남도는 한빛원전을 비롯해 e-모빌리티, 풍력에너지 등에 큰 관심을 갖고 영광군의 발전을 위해 적극 힘을 모으겠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초소형 전기차산업 및 서비스육성 실증사업 공모에 선정되어 480억 원의 예산을 확보했고, 국내 최대 풍력단지도 완성되었다. 영광이 글로벌 e-모빌리티와 신재생에너지의 중심도시로 성장하는 데 더욱 힘쓰겠다. 큰 관심과 성원을 기대한다.

김영록 전남도지사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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