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밖으로 표시 나게 드러내지 말고 신중하게 처신해야 함을 강조하는 《한비자(韓非子)》의 말이다. 법가사상의 계승자인 한비가 전국시대가 거의 끝나갈 무렵 현명한 군주가 신하를 다루는 방법을 제시하면서 한 유명한 이야기다. 무릇 현명하다고 하는 군주가 신하를 다루는데 있어서 하는 두 가지 근심거리를 말했다.

하나는 똑똑한 신하를 임용하면 신하가 된 뒤에 자신의 영특함을 믿고 군주의 지위를 넘보게 된다. 다른 하나는 능력에 상관없이 아무나 등용하게 되면 능력이 부족해 정사를 그르쳐 감당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군주가 현명한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 자신의 행동을 포장하여 군주의 입맛을 맞추려고 아첨(阿諂)할 것이다.

그렇게 신하들이 본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꾸민 생활만 하게 되면 군주는 확실한 판단을 하지 못하고, 차이점을 헤아리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월(越)나라 구천(句踐)이 용맹함을 좋아하자 백성들 속에서는 죽음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초나라 영왕이 허리가 가는 여자를 좋아하자 가는 허리를 만들기 위해 도성 안에 음식을 먹지 않은 여자가 많아졌다. 제(齊)나라 환공(桓公)은 남자를 질투하고 여색을 밝히자 신하 중에 수조라는 자는 스스로 남자임을 포기하고 거세를 해서 여자를 관리하는 내시가 되었다.

환공이 진기한 맛을 즐겨 찾자 역아는 자기의 맏아들을 손수 쪄서 진상했다. 연(燕)나라 왕 자쾌가 어진 이를 좋아하자 자지(子之)는 나라를 물려준다 해도 받지 않을 것처럼 거짓을 부렸다. 그러므로 군주가 어떤 일을 싫어하는 것을 보이면 신하들은 작은 일일지라도 감출 것이고, 군주가 좋아하는 일에 대해서는 능력이 조금 부족해도 꾸며가며 능력 있는 척 드러내며, 자신의 꾸밀 기회를 얻게 된다.

그래서 연나라의 자지는 자신이 어진 것처럼 꾸며서 군주의 지위를 빼앗았고 제나라의 수조와 역아는 군주의 기호를 맞춰가며 군주의 권력을 침범했던 것이다. 그 결과 자쾌는 전란으로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고, 환공은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음에도 죽었을 때 시체가 썩어서 구더기가 생겨 밖으로 기어 나올 때 까지도 장례를 치르지 못했다.

군주가 자신의 본마음을 쉽게 드러내 신하들에게 빌려주었기 때문에 일어난 환란인 것이다. 신하들의 마음은 반드시 군주를 사랑해서가 아니고 오로지 자기 영달과 자기의 귀중함만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 군주가 자신의 속마음이나 그 마음의 기색을 숨기지 않아 신하들이 그 군주의 권력을 침해하게 된다면 그 신하들이 권력을 빼앗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므로 한비는 이렇게 말한다. “군주 자신이 싫어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버려야 신하들이 본 바탕을 드러낸다. 신하들이 본 바탕을 드러내면 군주의 눈과 귀는 가려지지 않을 것이다.”

리더십의 대가로 알려진 미국의 존 맥스웰(John C. Maxwell)에 따르면 “리더는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삶속에서 만들어 진다. 모든 위대한 리더는 자신의 가장 중요한 책임이 스스로의 절제와 개인적 성장임을 인식해야 한다. 그러므로 스스로를 이끌지 못하는 사람은 남들을 이끌 수 없어 리더가 되기 힘들다”라고 했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