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 앞뒤로 다니면서 섭씨1200도에 달하는 불을 들여다 보느라 더위를 느낄 새도 없다는 옹기장이 조규상씨.

장마가 끝났다. 본격적인 더위와의 전쟁이 시작된다. 모두들 더위를 피하느라 법석일 때다. 아무리 더워도 꿈쩍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옹기장이들이다. 섭씨 230도는 시작에 불과하다. 최고 섭씨 1200도에 달하는 불과 씨름한다.

1200도의 불과 씨름하는 군남면 설매리 영광옹기를 찾았다. 크고 작은 옹기들이 한마당 가득 단아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장독대가 사라져 만나기 어려운 옹기들이 반갑다. 옛적 그 모습의 옹기가 아니다. 그 우둘투둘한한 피부는 매끄럽게 변했다. 한마디로 옹기가 예뻐졌다,

공장에 들어서니 가마 불을 살피던 반바지 차림의 조규상 사장(59)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반긴다. 검게 탄데다 털복숭이여서 이가 유난히 희게 보인다. 가마 앞뒤를 오가며 불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온도 표시 장치를 살피며 부지런 떠는 조 씨를 쫓아다니며 말을 걸었다.

12시간은 230-240도로 서서히 달군다고 한다. 피움불이다. 그리고는 12시간 정도를 최고 섭씨 1198도 정도를 유지한다. 여름이라 약간 낮은 온도란다. 기압이 낮을 때는 1205도 까지 올린단다. 기압에 따라 불 피우는 시간도 30-40분 차이가 난다는 설명이다.

가마 앞쪽에 안을 들여다보는 작은 구멍이 있다. 꽂아놓은 막대를 빼고 불을 살핀다. 온도계에는 1180 이라는 숫자가 찍혀있다. 뒤쪽에는 제법 큰 구멍이 있다. 덮개를 여니 벌건 불이 주위를 밝힌다. 디지털 온도계만 보면 될 것 같은데도 그렇게 앞뒤로 다니며 정성껏 불을 살핀다. 옹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불을 지성으로 살피는 장인정신이 묻어난다.

앞쪽 구멍을 열 때 안을 들여다보기 위해 눈을 들이 밀었다. 달려드는 열기에 혼비백산 했다. 1200도의 불과 씨름하는 일이 아무나 할 수 있는 아님을 실감했다. 덥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렇게 덥지 않단다. 오직 적정 온도 맞추는데 정신을 집중하다 보면 더위를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옛날 토굴식 가마와 차이점을 물었다. 다가온 김연식 대표가 가르쳐준다. 토굴식 가마는 길이가 25-35m인데 1주일씩 불을 땠단다. 가마 안을 내화벽돌로 쌓은 구조는 같은데 현대식 가마는 가스로 고온 가열을 할 수 있지만 토굴식은 나무로 올릴 수 있는 온도의 한계가 있어 불 피우는 시간에 큰 차이가 난다고 한다. 품질은 현대식 가마가 더 좋고.

불을 기다리는 옹기들이 1천여 평은 됨직한 넓은 공장 안에 가득하다. 댕기머리를 한 청년들이 물레를 돌리고 성형도 하고 잿물을 입히는 등 바쁘게 움직인다. 더위를 잊은 사람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조철상 기자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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