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은 지금 부글부글 끓고 있다. 연일 35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은 차라리 애교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이라는 ‘폭탄’ 때문이다. 직격탄을 맞게 된 법성포는 한숨과 분노

영광군 제1의 산업은 굴비다. 줄잡아 400여개의 점포에서 매년 공식적으로 4,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굴비산업이 ‘김영란 법’의 직격탄을 맞게됐다.

법은 선물을 5만원 상한선으로 일괄적으로 제한했다. 선물용 굴비는 최소한 10만 원은 돼야한다. 5만원이면 씨알 굵은 굴비 1-3마리 정도다. 설과 추석 명절 선물 매출이 50-80%에 달하는 굴비산업은 사실상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굴비의 본고장 법성포는 태풍전야다. 상가의 대부분이 굴비 점포다. 400여개로 추산되는 굴비 점포가 문을 닫으면 법성포는 말 그대로 죽는다.

2대째 굴비업에 종사하고 있는 한유경 씨(52·발해굴비). “청렴한 국가를 만든다는 취지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이 법이 서민들의 희생이 볼모가 되어야 한다는 현실을 인정하기 힘들다. 그렇지않아도 조기가격 폭등으로 어려운데 김영란법이 이대로 시행된다면 영광굴비는 폭탄을 맞은 것처럼 무너질 것이다”면서 “추석 명절을 앞두고도 제대로 굴비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지역의 현실이 안타깝다”는 한씨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김영란법의 시행은 도미노식 파산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굴비는 물론, 택배·엮거리 등 굴비와 연관된 업종이 막대한 피해를 입게된다. 그 여파가 지역경제를 뿌리채 흔들어 놓을 것이 뻔한 상황이다.

20년 째 포장용품을 공급하고 있는 양종복 씨(56·현대포장)는 “추석이 임박했는데도 발주 하기가 어렵다. 이번 추석은 김영란법과 관계가 없어도 심리적으로 소비위축은 불가피하다”면서 “소포장으로 전환한다고 해도 조기 자체가 워낙 비싸기 때문에 상품으로써의 가치는 떨어질 것”이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40여 년 동안 굴비 엮거리에 종사하고 있는 유소임 씨(61)는 “객지에서 시집와서 지금까지 엮거리로 생계를 유지하고 자식들을 키웠는데 이제 이제 명퇴할 때가 되었는가 싶다”며 “엮거리로 먹고 사는 사람들만 수백 명인데 이제 뭘 해야 될 지 다들 난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법성면발전협의회 나호일 사무국장(55)은 “지역의 정치인들은 머뭇거리지 말아야 된다. 앞장서 발의하고 앞장서 투쟁해서 지역민의 고충을 해결해야 된다“면서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 발의하고, 그러면 수정 보완될 것이라는 제3자적 관점으로 어물쩡 넘어가서도 안된다. 현실적으로 예외 인정이 어렵다면 차선책으로 식사와 선물 금액 한도를 높이는 방안이라도 적극적으로 제시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김준성 영광군수는 “지역경제 파탄이 우려된다. 청렴사회라는 것은 결국 고루 잘 사는 사회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 하더라도 농수축산인들의 일방적인 희생이 담보가 된다면 그 또한 공평하고 청렴하다고 볼 수만은 없다”면서 시행을 유예하거나 일부 개정을 정치권에 강력히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개호 의원은 “김영란법 시행은 농·축·수산업 기반을 무너뜨릴 우려가 크다. 농어촌 지역 출신 국회의원 40여 명과 함께 2년 정도 시행을 유예하는 법안을 발의 하겠다”고 밝혔다. 조철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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