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28일부터 김영란 법이 시행된다고 한다. 근본적으로 법 제정의 취지는 이해한다. 부정부패 없는 나라를 만들자는 것 아니겠는가. 청탁 없는 사회를 만들자는 청탁금지법인 것은 잘 안다. 헌법재판소도 헌법 정신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판결을 했다. 법치국가에서 법은 당연히 지켜져야 한다. 원칙적으로. 이 법의 취지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농·수·축산업의 위축이다.

그렇지 않아도 농·축·수산업은 FTA등 세계교역 질서 재편 과정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국가의 보호도 받지 못할 형편이다. 갈수록 목을 조이는 산업이다. 이런 형국에서 청탁 없는 사회를 만든다는 명분으로 시행을 앞둔 김영란법은 우리 1차 산업을 뿌리째 흔들어 놓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시행을 앞두고 입법·사법·행정부는 물론 전 국민이 다시 생각해야 한다.

우리의 전통적 미풍양속인 선물을 5만 원 이하로 제한하는 것은 사실상 선물 문화를 없애자는 것이다. 국민의 99%를 개·돼지로 보는 계층은 알 수 없으나 우리가 아는 사람들은 대부부 선물을 농·축·수산물로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5만 원으로 성의를 표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상품은 없다. 쇠고기 1Kg을, 굴비 3마리를 선물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선물이 차지하는 비중을 하찮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치명적 영향을 받는 품목도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영광 굴비다. 최소 4000억 원에 달하는 영광굴비 시장은 하루아침에 초토화 된다. 매출의 50% 정도가 설·추석 명절 선물로 추산하고 있다. 영광군의 제1 산업인 굴비 시장의 50% 이상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현실적으로는 시장 자체가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300여 업체가 문을 닫게 될 것이다. 지역 경제는 거의 공황 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 생활 기반을 잃는 결과다. 인구 감소도 불가피하다.

효과보다 부작용이 큰 법은 존재 이유도, 가치도 없다는 생각이다. 김영란법은 겉으론 그럴듯하지만 실제 효과는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성의를 표하는 선물 꾸러미가 대한민국을 부정부패한 나라로 만들었는가 묻는다. 아니다. 대한민국의 부패지수를 높이는 것은 소위 고관대작들의 보이지 않는 거래다. 손에 들고, 택배로 부치는 선물은 뇌물 보다는 성의의 표시이며 미풍양속의 성격이 크다.

쇠고기 선물세트 하나, 굴비 한 두름 받고 안 될 일을 되게 해주는 공직자가 있겠는가. 진경준과 우병우 사건만 봐도 애먼 농·축·수산업에 치명적 타격을 주는 김영란법은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하는 것임을 강력히 주장한다. 부정부패는 선물이 부르는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거래, 집단적 이익에 함몰된 소위 엘리트 그룹의 시스템화 된 거래가 대한민국을 썩고 병들게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식량 주권 차원에서라도 1차 산업을 죽이는 김영란법은 고쳐지거나 폐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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