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주 동안 우리는 상식 밖의 뉴스들을 잇달아 접했다.

교육부의 고위 간부가 99%의 국민들을 개·돼지에 비유하는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더구나 공적 메신저 역할을 하는 언론인 앞에서 몇차례나 거듭해서 다짐하듯 털어놓은 말이었기에 확신범의 소행이라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그이가 몸담은 교육부는 개·돼지를 교육시키는 정부기관이라 가치 평가할 수밖에 없기에 상식 밖이다.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에 관련된 비리 의혹 보도도 국민 상식을 넘어서고 있다. 본인은 물론 처족들과 연계된 탈세·횡령·배임 의혹 등 거론된 사안들을 보면 최소한 공직에 몸담은 사람의 행적은 아니다. 인사규정을 어기면서까지 아들을 의무경찰 금수저 보직에 근무케 한 대목에 이르면 치졸한 느낌까지 치민다. 더구나 우 수석은 정부 최고의 요직들을 주무르는 역할을 맡고 있기에 상식 밖이다.

진경준 현직 검사장의 구속사건도 당혹감을 안겨주고 있다. 잘나가는 검사장이 기업인과 찰떡궁합을 이루고 주식· 고급차량· 수사정보들을 주고 받으며 공생해 왔다는 게 사건의 전후맥락이다. 고작 4천원 부당 이득도 구속했던 검사가 검찰사상 최악의 탐관오리라는 평판이 나돌 정도로 넥슨 김 대표와 거액의 뇌물우정을 이어갔다. 이 또한 상식을 초월하고 있다.

또 하나 이들의 행적이 상식적이지 않다는 것은 자책의 모습을 별로 보이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우 수석은 아직 자리 비울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고, 교육부의 나 국장 또한 파면에 이르긴 했지만 발언의 수위에 비췄을 때 반성의 모습이 몹시 빈약했다. 진경준 검사장 역시 몇차례나 거짓말을 하면서 대수롭지 않은 일처럼 넘어가기를 기대했던 행적을 보였다. 사태 발생 이후의 대처의 과정 또한 상식 밖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보통 사람들의 상식적인 시각을 넘어선, 마치 신인류의 탄생을 보는 듯 한 이런 사태가 왜 전개되는 것일까. 사건의 주인공들의 의식을 관통하는 상식 초월의 사고의 맥락은 무엇일까.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나와 남을 구분하는 이중적 잣대가 거의 정신 분열증의 수준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다는 점이다.

내가 잘못한 게 뭐 있냐며 국민 정서를 오히려 탓하듯이 버티는 우 수석, 4천원의 부당이익을 취한 타인의 부정에 구속이라는 가혹한 조치를 취하면서도 거액 뇌물 수수의 범법행위를 오래도록 지속해 온 진 검사장, 자신은 인간이고 대다수의 타인은 개· 돼지라는 이분법을 토로한 나 국장의 행적들에서 우리는 바로 그 소름끼치는 분열증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이들의 눈에 세월호의 비극도, 지하철 공사장에서 숨진 어느 가난했던 청년 노동자의 죽음도, 국가를 헬조선이라 칭하며 생존의 고통을 호소하는 청년들의 아픔도 그저 남의 일일 뿐일 것이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유태인 학살을 지휘했던 아돌프 아이히만이 피에 굶주린 악마가 아닌 가족을 살피는 평범한 중년 남성이었음에 절망했다고 고백했다. 타인의 고통이 전혀 자신의 고통일 수 없는 이 분열의 도식은 그래서 더 극악한 폭력으로 치달을 수도 있기에 그들의 이분법은 우리에게 더욱 두렵게 다가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우리들이 상당한 권한을 위임한 국가 엘리트들이 바로 이러한 분열증을 심각하게 노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월호 골든 타임, 말 그대로 우리의 아이들이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었을 그 금쪽같은 8시간 동안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묘연한 행적을 보인 박 대통령의 모습이 이러한 분열증의 서막은 아니었는지 새삼 곰씹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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