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작은 경제적 피해를 입거나 명예가 손상될 우려가 있는 기사를 쓰는 것은 대단히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쓰는 기자나 사건 당사자가 서로 모르는 경우는 그래도 부담이 없지요. 객관적 입장에서 사실만 쓰면 기자로서 사명을 다하는 것이지요. 누가 누구인지 모르는 익명(匿名)사회의 편리함이라고나 할까요. 영광처럼 한 다리만 건너면 이름은 물론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알 수 있는 실명(實名)사회에서는 대단히 조심스럽지요.

자칫 이런 저런 것들을 따지다보면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사안까지도 기사화 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한 뼘 얼굴 때문이라고나 할까요. 도시 기자일 때는 그런 저런 것 따지지 않았지요.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했으니까요. 영광에서 신문을 만들다보니 그런 경우들이 자주 생깁니다. 최근 발생한 대마 석산 개발 문제가 그렇습니다. 대마면민들이 나섰다는 사실 자체는 분명 기사화 하는 것이 맞습니다. 군수의 명예 실추도 불 보듯 뻔합니다.

기사를 작성해놓고 생각했습니다. 진실을 알아야 했습니다. 지역민들 주장은 김 군수가 임기 내에는 개발하지 않겠다는 주민과의 약속을 어기고 허가를 내줬다는 것입니다. 주민들이 들고 일어났습니다. 허가의 책임이 전적으로 군수에게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과 지역 출신들이 1인 시위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사실상 소유자인 김 군수가 다른 사람을 내세워 개발 허가를 냈다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군수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라고 주장합니다.

김 군수에게 확인한 사실은 이렇습니다. 석산은 이미 매각했습니다. 매수자는 영광에 지인들이 많은 사람입니다. 개발을 위해 가 지역민들의 양해를 구하기 위해 지인들이 나섰습니다. 그 지인들은 김 군수와 가까운 사람들이었습니다. 군수가 오해를 받을 수밖에요. 전남도의 까다로운 심사를 거치고 예치금도 18억 원씩이나 내고 허가를 받았습니다. 법적 문제는 없었습니다. 허가 자체에 군수의 입김은 작용하지 않은 것이 분명합니다.

김 군수에게 물었습니다. 어떻게 하겠느냐고. 답은 명료했습니다. 업자와 주민간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적법절차를 거친 허가를 영광군으로서는 취소할 수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랬다가는 손해배상을 해야 할 처지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김 군수는 잘못한 것이 없는데 비난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집에서는 아들로부터 원망을 듣는답니다. 아직은 어린 아들이 훗날 개발, 돈을 벌 수도 있는데 왜 팔았느냐고 투정을 부렸겠지요.

김 군수의 성품으로 거짓을 말하지는 않았으리라 믿습니다. 진실은 금방 드러나는 것입니다. 군수의 명예와 작은 이권을 바꿀 인품은 아니라고 믿고 싶습니다. 개발 반대에 나선 대마는 개발 업자의 문제를 군수의 문제로 끌어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군 군수의 명예가 손상되면 우리 군민들의 명예도 손상되니까요. 후세에게 떳떳하게 물려줄 영광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약속한 군수가 ‘업자’의 편에서 일하지는 않을 것으로 믿습니다.

우리는 누구의 자식이며 누구의 아버지인가를 서로 잘 아니까요. 기사화 하지 않은데 대한 변명입니다. 성역 없는 보도를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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