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나 저거나 별거 없다거나 도긴 개긴을 말할 때 우리는 오십보백보 란 말을 쓴다. 이 말의 출처를 알아보자. 동양 철학의 으뜸이라 할 수 있는 사서삼경 중에 제일 시원스럽게 쓰여 진 책이 맹자다. ≪맹자≫ 양혜왕 상편에 양혜왕과 맹자가 나누는 대화에서 나오는 말이다. 공자의 손자 자사자 에게 가르침을 받은 맹자는 공자보다 약180년 후의 사람이다. 전국시대 초기로 전쟁이 끊이지 않고 매일 전쟁을 하고 있을 때였다.

그 난마와 같이 얽힌 세상에서 인도주의적인 공자의 가르침을 펴고, 인의의 도를 역설하며 다니던 맹자는 당시 사람들 눈에 매우 기이한 존재로 비쳤을 것이다. 더구나 맹자는 철저한 이상주의자로 남에게 자기의 학설을 말할 때 그의 입과 혀는 대사자후(大獅子吼) 그 대로였다. 또 그만큼 기백이 담긴 날카로운 변설을 전개했다.

당시의 사상가나 책략가들은 여러 나라 왕을 상대로 유세(遊說)하고 다녔는데 맹자도 역시 많은 왕과 만나 유세를 했다. 위(魏)나라의 혜왕에게 초청을 받았을 때의 이야기이다. (위(魏)나라와 양(梁)나라는 같은 나라로 수도가 대량(大梁) 이라서 양나라라고 불렸다) 양혜왕은 맹자에게 자기 자랑과 함께 이런 질문을 한다.

“과인은 나라 일에 정성을 다하고 있습니다. 하내가 흉년이 들면 그곳 백성들은 하동으로 옮기고, 하동의 곡식을 하내로 옮깁니다. 그리고 하동이 흉년이 들었을 때도 마찬가지로 백성들과 곡식을 서로 옮기곤 합니다. 이웃나라의 정치를 살펴볼 때 과인처럼 마음을 쓰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이웃나라 백성이 더 줄지도 않고, 과인의 백성이 더 많아지지도 않으니 어찌된 일입니까?”

맹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왕께선 전쟁을 좋아하시니 싸움으로 비유를 하겠습니다. 복을 크게 울려 양쪽 군사가 서로 접전을 한 끝에 갑옷을 버리고 창을 끌며 달아난다고 가정합시다. 이때 혹은 100보쯤 가서 걸음을 멈추고 혹을 50보에서 걸음을 멈추는데, 50보에서 걸음을 멈춘 사람이 100보를 달아난 사람을 보고 웃는다면 오(五十步笑百步) 이를 어떻게 보시겠습니까?” “그야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비록 백 보는 아니더라도 달아난 것은 역시 달아난 것이니까요” “왕께서 만일 50보로 백 보를 웃는 것이 옳지 못한 줄 아신다면, 백성이 다른 나라보다 많아지기를 바라지 마십시오”

그런 다음 맹자는 근본적인 정치 개혁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결국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꾀하지 않고 지엽말단의 임시방편 같은 것으로 효과를 바란다는 것은 50보가 백 보를 웃는 어리석을 것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거의가 이런 과오를 범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경일 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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