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훈은 그의 산문집 ‘자전거 여행’에서 “서해는 조국의 여성성이다” 라고 정의했다.

김훈의 언급은 두가지 의미로 새겨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거칠고 웅장한 동해에 비해 온후하고 순박한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서해를 여성성에 견줬다는 측면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반도의 아기자기한 굴곡이 만들어놓은 서해의 포구와 갯벌이 끈적한 생명력 같은 것을 상상케 한다는 발상이다.

바다를 에로티시즘의 원천으로 상상하는 소설가 한승원은 갯벌을 더욱 노골적으로 여성성에 비유했다. 그의 소설 ‘포구’에서 작가는 “썰물이 진 바다에서 여자의 둔부 같은 갯벌이 볼록하게 드러나 있었다” 라고 표현했다. 바다와 뻘밭은 마치 여자의 자궁처럼 무수한 생명체의 본거지이며, 갯가 사람들의 생존의 텃밭이나 다름이 없었음을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소설가 조정래 또한 대하소설 「태박산맥」에서 벌교 포구의 뻘밭에서 나오는 꼬막의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에로티시즘과 연결시키고 있다.

한국의 서해안은 밀물과 썰물의 조차가 심하고 구불구불하게 이어진 만이 많은 지형적 특성 때문에 갯벌이 많다. 우리나라 갯벌의 83%가 서해안에 분포한다. 캐나다 동부해안, 미국 동부해안, 북해 연안, 아마존 강 유역 등과 함께 세계 5대 갯벌 중의 하나로 손꼽히기도 한다. 갯벌의 가치는 그동안 간척매립사업의 대상이 돼 허접하게 여겨져 왔지만 근래에는 바다 정화, 홍수 조절, 생태적· 경제적 가치 등이 밝혀지면서 보전운동이 일어나는 등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올해로 7회째 맞는 영광 갯벌 축제가 지난달 29일부터 31일 까지 3일 동안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성대하게 치러졌다. 축제의 향유에만 그칠 일이 아니라 ‘청정 갯벌’로 널리 알려진 영광 갯벌이 ‘생명의 갯벌’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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