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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수생각] 수출규제 품목 추가하지 않은 일본, 살라미식 전술인가
유창수 기자 | 승인 2019.08.12 17:29 |

일본이 7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공포했다. 그동안 일본은 전략 품목의 수출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와 나머지 국가로 나누어 관리했다. 그러나 이번 개정을 통해 A, B, C, D 등 4부류로 구분하는 체제로 바꾸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은 기존 화이트리스트에 포함됐던 국가 가운데 26개국은 A그룹에 포함시켰지만 한국은 B그룹으로 강등시켰다. 현안을 세분화해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살라미식’ 협상 전술을 연상케 한다.

이번 개정안에 대한 한국의 관심은 일본이 수출규제 품목을 구체적으로 적시할지였다. 일본은 앞서 지난달 초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을 개별허가 품목으로 지정했으며 이후 이들 품목은 아직 한국에 수입되지 않고 있다. 한국 산업의 중추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에 연관된 부품의 부족으로 해당 기업들은 비상이 걸린 상태다.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는데 개별허가 품목이 추가되면 설상가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이번에 일본은 개별허가 대상을 적시하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도 반도체 관련 부품 외에 추가적인 수출규제 품목은 없다는 얘기다. 일단은 기업들이 추가적인 피해는 보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일본이 경제전쟁의 확전을 유보했다고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일본의 대한국 압박기조에는 변함이 없다. 이번에 일본이 개별허가 품목을 추가하지 않은 이유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것이 보복조치가 아니라는’ 명분 쌓기용 제스처일 수 있다. 국제사회의 비우호적인 여론을 감안한 조심스러운 접근인 것이다. 일본은 한국 정부의 대응과 민간 차원의 불매운동, 여론 등 상황을 살펴가면서 대응하겠다는 수위조절 의도가 다분하다.

일련의 과정을 보면 일본의 의도가 분명히 드러난다. ‘정밀한 수출관리’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한국을 궁지에 몰아넣으려는 조치일 뿐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6일 한국과의 대화를 거절하면서 ‘대법원의 징용소송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이번에도 악화 일로를 겪고 있는 한·일관계의 책임을 또다시 한국 측에 돌렸다. 한국이 한일청구권협정을 일방적으로 위반하면서 국제조약을 깨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사 문제가 일본의 의도대로 풀리지 않는다면 경제보복 중단은 없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일본은 언제라도 태도를 바꿀 수 있다. 고시를 바꾸고, 법적 틀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한국 기업들의 목을 죌 카드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일본의 조치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국가이익을 지킬 최선의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 '살라미 전술'이란?

하나의 과제를 여러 단계별로 세분화해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협상전술의 한 방법으로, 얇게 썰어 먹는 이탈리아 소시지 '살라미(salami)'에서 따온 말이다.

협상 테이블에서 한번에 목표를 관철시키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부분별로 세분화해 쟁점화함으로써 차례로 각각에 대한 대가를 받아냄으로써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술을 말한다. 북한이 핵협상 단계를 최대한 잘게 나누어 하나씩 단계별로 이슈화하고 이를 빌미 삼아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경제적 보상을 최대로 얻어내기 위해 사용한 전술이다.

유창수 기자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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