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사마천(BC145?~BC85?)은 자가 자장이고 섬서성 한성부에서 태어났다. 그의 가문은 대대로 사관(史官)을 역임한 관료계층이었다. 그의 부친 사마담(司馬談)도 한무제 때 태사령을 지냈다. 부친 사마담은 천문학과 역학을 공부한 지식인이었으며, 옛날 역사를 정확하게 밝혀 후세에 전하고자하는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아들 사마천에게 유업으로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그런 아버지의 교육을 받고 자란 사마천은 10살 때 이미 고서를 읽기 시작했으며, 당시 유명한 학자들에게서 《춘추공양전(春秋公羊傳)》 《고문상서(古文尙書)》등을 배웠다. 그는 고대부터 한(漢) 대에 이르기 까지 학술사상과 흥망성쇠의 역사를 깊이 파악했고 그 밖의 천문과 지리, 역수에도 상당한 지식을 갖추었다. 청년시절 전국 각지를 손수 발로 뛰면서 사건 현장을 직접 보고, 전적지를 현지답사 하였으며, 역사적인 유적지와 공자(孔子)의 유풍이 남아있는 곡부를 비롯하여 옛 성현들의 발자취를 거의 빼놓지 않고 직접 가보았다.

그는 이러한 유람을 통해 각 지방의 풍속과 풍습을 살피고 역사적인 인물들의 기이한 소문과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자료들을 수집하였다. 22살에 낭중(郎中)이 되었고 그 후에도 다시 이민족을 중심으로 현장 답사의 길에 올랐다. 먼 길의 답사를 마치고 돌아온 사마천에게 부친상이라는 불행이 닥쳤다. 부친 사마담의 죽음은 당시 태사령으로 무제의 봉선(封禪)의식에 참가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자 화병으로 죽게 된 것이다.

사마천은 부친은 “너는 나의 유지를 따라서 반드시 3000년의 역사서를 완성해야한다”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3년이 흐른 뒤 아버지의 뒤를 이어 태사령에 이른다. 이때 나이가 38세였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궁정에 보관되었던 책을 열람할 수 있었으며 예전의 답사와 방대한 자료를 통해 사기집필에 몰입하게 된다. 그 뒤 집필을 하던 중 사마천에게 또다시 불행의 시련이 생긴다.

이른바 ‘이릉의 화’라 일컫는 흉노와의 전쟁에서 중과부적(衆寡不敵)으로 패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릉을 변호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사실은 이릉과 사마천과는 특별히 가깝거나 친분이 두터운 사이는 아니었다. 그러나 사관이었던 사마천은 객관적 입장에서 이릉을 변호했던 것이다. 당시 대장군이 이광(李廣) 이었는데 이광은 무제의 처남이었으므로 이광의 책임이 컸지만 무제는 이릉에게 모든 책임을 씌우고 있었던 것이다.

화를 이기지 못한 무제는 사마천을 감옥에 넣고 세 가지 형벌 중에 한 가지를 선택하도록 했다. 첫째 법에 따라 주살(誅殺)되는 것, 둘째 돈 오십만 전을 내고 죽음을 면하는 것, 셋째 궁형(宮刑:남자 생식기를 자르는 수치스런 형벌)을 감수하는 것이다. 이럴 때는 거의 낼 돈이 없으면 첫 번째 사형을 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궁형을 받으면 살아남을 확률도 적지만 구차하게 살아남는다고 사람들에게 멸시받는 것이 더 무서웠다.

그러나 사마천은 부친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 힘들지만 궁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궁형의 처절한 고통을 체험하고 사마천을 살아남았다. 무제에 대한 원망을 사기 전편에 끼워 넣기 식으로 여러 곳에 스며들게 했고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탐색을 통해 역사란 결코 왕후장상(王侯將相)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나중에 무제의 부름을 다시 받아 중서령이 되어 무제 곁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이미 사기 저술이 어느 정도 진척된 상태였다.

중국의 역사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사마천은 사기를 집필을 끝내고 2년 후에 사망한다. 사마천 혼자 썼는데도 정사(正史)로 분류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아마 객관적 입장에서 쓰였기 때문일 것이다. 망부 사마담의 유언대로 춘추의 정신에 입각하여 자신에게 가해지는 모든 수모와 분노를 감수하며 뒤로한 채 오직 살아남아 하늘과 사람의 관계를 규명하고, 고금의 변화에 통달하여 일가지언(一家之言:한 부분의 권위자로서 체계를 갖춘 학술이나 저술)을 이룩하려는 신념으로 불후(不朽)의 대작 역사서를 남겼던 것이다.

《사기》의 규모는 52만 6천5백자에 달하는 방대한 역사서로 <본기> 12권, <표> 10권, <서> 8권, <세가>30권, 사기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열전> 70권을 포함하여 총 130권으로 구성되어있다. 다음 편은 ‘역사서 사기란 어떤 책인가’로 계속된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