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이 중한디? 먹고 사는 것. 새끼들 가르치는 것. 체면 깎이지 않고 사는 것. 사람답게 사는 것. 자존심 상하지 않는 것. 아프지 않는 것이 중합니다. 비정규직 청년에게는 가방 속에 든 컵 라면이. 자식 학원비 대는 게 힘든 어머니에게는 남의 집 가정부 일자리가. 처자식 부양해야 하는 아버지에게는 새벽 인력시장에서 팔려나가는 것이. 취업 못해 몇 년째 졸업을 미루고 있는 늙은 대학생에게는 인턴 자리가. 고시원에서 지내는 흙수저 대학생에게는 아르바이트 자리가 중합니다.

뭣이 중하냐고? 수출이. 한류가. 국격이. 경기 활성화가. 내 집이. 취업이. 결혼이. 출산이. 화해가. 소통이. 기회 균등이. 자유가. 정의가. 평등이. 용서가. 진리가. 효도가. 충성이. 안보가.. 안전이. 고른 분배가. 배려가. 이해가. 건강이. 민주주의가 중합니다.

영화 ‘곡성’은 우리 사회에 무엇이 중요한가를 생각하라는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겉만 보고 살다가는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경고를 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삶을 권하고 있습니다. 속은 모르고 겉모습에 현혹된 삶은 죽음과 같다는 가르침을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기법으로 표현했습니다. 혼돈 속에 살아가는 이 시대, 이 나라의 모든 사람들을 찔끔하게 했습니다.

우리는 지금 가치관조차 없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습니다. 우정이나 의리는 구시대의 유물 취급을 받습니다. 그 자리에 돈과 권력이 들어섰습니다. 올바른 사람 보다 나에게 현실적 이익을 주는 사람을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길 주저하지 않습니다. 친구라도 ‘별 볼일 없으면’ 만나려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돈 있고 힘 있는 사람과는 어떻게든 가까워지려고 합니다.

판·검사가 그렇게 무서운 사람들인지 몰랐습니다. 사업하려면 판·검사를 사전에 포섭해야 한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판·검사는 ‘간판’에 불과하더군요. 진면목은 ‘사업가’이고요. 그 사람들이 아니었으면 국민들이 판·검사의 진면목을 모를 뻔 했습니다. 알고 보니 돈 있고 힘 있는 사람과 가까워지려고 하는 것이 아니고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끼리 가까워지려고 했더군요. 중요한 것은 그 결과입니다.

모두 망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돈과 힘이 아닌 것을 증명했습니다. 지식이나 배경보다 뭣이 중한지를 아는 것이 중하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대통령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나섰습니다. 우병우 비리를 언론에 유출 시켰다고 청와대 특별감찰관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지시했습니다. 무엇이 중한지를 몰라도 너무 모르시는 것 아닙니까?

대한민국에 묻습니다. “뭣이 중한디?” “뭣이 중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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