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종(種)이라 할지라도 기후와 풍토가 다르면 그 모양과 성질이 변(變)하게 된다. 사람도 마찬가지로 살고 있는 기후와 풍토에 따라서 생각과 행동이 달라지는 법이다. 남귤북지(南橘北枳)라고도 불리는 이 말에 대해서 알아보자.

춘추시대 말기 강대국인 제(齊)나라에 유명한 안영(晏嬰)이라는 제상이 있었다. 키가 5척(尺)밖에 안 되는 왜소(矮小)한 체구인데도 지혜가 뛰어나고 구변과 담력이 대단하여 공자도 형님처럼 대했다는 걸출한 인물 이었다. 어느 해 또한 강대국인 초나라 영왕(靈王)이 안영을 자기나라로 초청 했다.

왜소하다는 것을 이용하여 코를 납작하게 만들 심산이었다. 간단한 인사말을 서로 건네고 영왕 이 5척밖에 안 되는 안영에게 “제나라에는 사람이 그렇게 없소이까?” 화가 난 안영은 꾹 참고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사람이 많아 어깨가 서로 부딪치며 발꿈치를 서로 밟지 않으면 다닐 수가 없는 형편입니다.” “그런데 왜 하필(何必) 경 같은 사람을 이 나라에 사신으로 보낸 까닭은 뭡니까?”

초왕은 당시 제나라를 대단치 않게 보았고 5척 단구(短軀)의 안영에게는 무례(無禮)하기 짝이 없는 말이었다. 안영은 서슴지 않고 태연하게 응수 한다. “그 까닭은 이렇습니다. 우리 제나라에서는 사신을 보낼 때 그 나라에 맞는 사람을 골라 보내는 관례(慣例) 가있습니다. 즉 작은 나라에는 작은 사람을 큰 나라에는 큰사람을 보내는데 신은 가장 작은 사람으로 뽑혀 여기에 오게 된 것입니다.” 상대를 놀려주려다 오히려 당한 초왕 은 얼굴이 화끈거렸다. 다시 미리 짜놓은 포리가 죄인 한사람을 데리고 지나가는데 초왕이 불러 세웠다. “여봐라 그 죄인이 어느 나라 사람이냐?” 포리가 대답하기를 “제나라 사람입니다.” “죄명은 무엇이냐?” “절도죄입니다.” 그러자 초왕은 안영을 바라보며 “제나라 사람은 원래 도둑질을 잘합니까?” 왕으로서 참 유치한 행동이지만 당하는 안영에게는 참으로 모욕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안영은 정신을 가다듬고 초연한 태도로 차분히 말한다. “강남에 귤(橘)이 있는데 그 귤나무를 강북으로 옮겨 심으면 탱자(枳)가 되는 것은 기후와 토질 때문입니다.

제나라 사람이 제나라에 있을 때는 도둑질이 뭔지도 모르고 자랐는데 초나라에서는 도둑질한 것을 보면 역시 기후와 풍토 때문인 것 같습니다.” 여러 번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자 그제야 안영이 작지만 호기(豪氣)롭고 비범(非凡)한 인물임을 알고 항복 하고 말았다. “애초에는 선생을 욕보이려 했으나 결과는 오히려 과인이 당했구려.” 하고 안영에게 공손 하게 사신으로 환대하며 안영이 살아있는 한은 제나라를 넘보면 안 될 것이라고 하였다.

2500년 전의 이야기지만 이 말은 진리 인 것 같다. 아프리카에 사는 유태인들은 오래 거기서 살다보니 현지인들과 똑같은 흑인인데 유전자 검사결과 유태인으로 밝혀졌다.

<김경일 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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