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군이 얼마 전 ‘정부 3.0’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3.0 정책의 취지인 소통의 자치를 모범적으로 수행했다는 평가다. 큰 박수를 받을 일이다. 주민사회와 지자체가 지식정보 공유 수준의 높은 쌍방향 소통을 통해 보다 나은 공동체의 미래를 함께 열어간다는 의미로 새겨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소통을 국정운영의 최고의 지표로 삼을 정도로 이제 소통은 우리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하나의 미덕으로 자리 잡았다. 리더십의 최고 덕목으로 추켜세워진 탓인지 고위직에 취임하는 이들의 일성 중에 소통은 빠트릴 수 없는 단골 메뉴가 됐다.

최근 대중문화계에서 아저씨를 ‘아재’라 부르는 말이 유행어가 됐다. 친근한 이미지의 꽃 중년들이 예능 프로그램 등에 나와 젊은 연기자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나름대로 끼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또한 세대를 뛰어넘는 소통의 능력이 발휘된 결과다. 가부장적 권위로 똘똘 뭉친 고집스런 마초 근성을 털어내지 못했다면 ‘아재 파탈’은 꿈도 못 꿀 일이다.

세상의 모든 분야가 이렇듯 소통의 철학을 근간으로 삼아가고 있는 중인데 그렇지 못한 곳이 꼭 한군데 눈에 띈다. 청와대다. 소통은커녕 ‘불통’의 대명사로 회자되고 있을 정도다. 상식에 어긋날 정도로 국민 정서에 많이 동떨어진 길을 고집스럽게 걸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왜 저럴까? 라는 의구심이 치밀 정도가 되다 보니 별의별 풍문이 만들어져 여론을 어지럽히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우병우 민정수석 처리가 전형적인 사례다. 그에게 쏠린 의혹들을 보면 어떻게 저런 사람이 그렇게 중요한 자리를 꿰차고 있었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자신의 처가 부동산을 법의 심판대에 올라있는 넥슨이 웃돈을 주고 매입해준 정황이 드러났다. 몰래 변호를 통해 수임료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의혹도 받고 있다. 가족회사 횡령의혹, 의무경찰 아들 꽃 보직 복무, 처가의 차명 부동산 및 골프장 부당 배당 등 의혹이 천장 만장 쌓여 있다.

이렇게 망신살이 뻗쳐있는데도 청와대는 우병우 경질은커녕 오히려 우병우 감찰에 나선 특별감찰관을 감찰내용 누설을 이유로 검찰 기소에 이르게 했다. 우 수석 비리는 안중에 없다는 태도를 노골적으로 내비친 것이다.

이철성 경찰청장 임명도 상식을 벗어났다. 음주운전 후 신분을 숨긴 사건이 드러나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한 인물을 대통령 직권행사를 통해 임명을 강행한 것이다.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며 법 규정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추세 속에서 이를 현장에서 관리할 최고 책임자의 음주 처벌 경력을 대수롭지 받아 넘긴 청와대의 태도를 보며 국민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할 것인가?

하긴 국민 정서를 눈곱만큼이라도 염려했다면 그런 기형적인 결정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근본적인 의문이 고개를 든다. 정권 재창출을 포기하지 않은 바에야 그런 불통의 자세를 견지하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행위마저도 박 정권의 정치공학적 전략인가?

상식을 벗어난 추측이긴 하지만 꼭 아니라고만 할 수 없는 정황이다. 잘하고 못하고의 디테일을 벗어난, 내 편과 네 편을 가르는 오직 관계의 부등호를 통해 권력을 쟁취해온 기억이 박 대통령의 머릿속에 너무 깊숙이 각인돼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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