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선물로 영광굴비만 한 게 흔치 않다. 맛도 맛이지만 제수용품으로 빠트릴 수 없는 상차림 목록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먹음직스럽게 찐 굴비가 어동육서로 푸짐하게 제기 위에 포개진 그림이 빠진 차례 상이나 제사상은 왠지 상상이 잘 되지 않을 정도다.

세상 모든 일에는 명암이 있게 마련이다. 맑고 투명한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제정된 ‘김영란 법’ 때문에 영광 굴비가 된서리를 맞을 위기에 놓여 있다 한다. 비교적 고가에 속하는 명절 선물인 까닭에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정 청탁을 위해 굴비 선물을 보낼 이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지만, 법 시행이 소소한 사정 까지를 헤아릴 수 없기에 추석을 앞두고 명절 굴비특수가 이제 옛말이 될 수도 있다는 근심이 깊어가고 있다.

군도 비상이 걸렸다. 대책회의를 잇달아 열고 있다. 직원 8명으로 이뤄진 T/F팀도 구성했다 한다, 굴비 선물용 규격 포장재 개발도 지원하고, 음식점 메뉴 유도, 경영자금 대출 확대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았다.

법 시행 하나로 이렇게 군 전체가 소란스러워진 것을 보면 영광과 굴비가 지금껏 한 몸으로 묶여져왔음을 새삼 실감케 된다. 피해를 줄이기 위해 군민 전체가 함께 거들 일임에 틀림없다. 우환을 맞긴 했지만 칠산 조기의 명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에 헤쳐 나갈 방법이 없진 않을 것이다.

법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 중저가 가격대의 포장을 개발하고, 군민이 한 몸이 돼 상시적인 소비촉진과 홍보에 적극 나선다면 못 넘길 위기는 아닐 것이다. 어떻든 올 추석 굴비 살 떼먹는 젓가락질이 남다른 느낌으로 다가설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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