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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계십니까?] 천자문은 무슨 책인가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 승인 2019.09.11 16:57 |
이경일 회사원

4언 절구로 이루어진 우리 조상들의 대표적인 교본 하늘 천(天), 땅 지(地), 검을 현(玄), 누를황(黃)으로 시작하는 천자문은 옛 선비들의 한자 필독입문서였다. 조선시대에 우리조상들은 천자문을 떼면 무식을 면(免)한다는 아주 좋은 책으로 인식해왔었다. 그렇다면 이 천자문은 어떻게 누구의 손에 만들어졌기에 그토록 중요한 교재로 사용했을까? 만들어진 시기는 중국 남북조시대 양무제때의 학자인 주흥사(周興嗣:470~521)가 지어 신라 때 우리나라에 전해졌다.

천자문의 탄생 배경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 첫 번째는 양무제가 그를 시험하기 위하여 훼손된 고서 몇 권을 주면서 이 책들의 내용을 복원해보라고 해서 글자를 짜 맞추는 식으로 지었다는 설이 있고, 두 번째 설은 주흥사가 어떤 일을 잘못 처리하여 양무제의 노여움을 사 사형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용서받는 조건으로 하룻밤 안에 4자씩 250구의 시를 짓되, 한글자라도 두 번 쓰면 안 된다는 조건을 붙였다.

이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얼마나 한정된 하룻밤을 고심했던지 이튿날 자기 머리를 거울에 비춰보니 하얗게 세어 백수문(白首文) 이라고 이름 하였을 정도다. 천자문은 4언 고시 250구로 이루어진 글자가 겹치지 않는 것이 천자문의 특징이다. 이렇게 겹치지 않는 점 때문에 교재로 채택되어 당시 한자 입문서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 냈던 것이다. 글자를 짜 맞추다보니 운치는 있으나 현시대에 자주 쓰지 않는 자가 제법 있다.

해방 후에도 한자 입문서로 천자문은 거의 읽었다. 그러나 현재는 천자문의 대중성은 거의 사라진 상태다. 중·고등상용한자 1800자 가운데 천자문에 들어있는 자가 750자라고 한다. 그렇다면 1/4은 상용한자에 들어있지 않는다는 셈이다. 말하자면 천지현황(天地玄黃)으로 시작하여 언재호야(焉哉乎也)로 끝나는데 언재호야의 네 글자는 어조사로 문장의 완성과 의미를 돕는 글자이므로 한자공부를 깊이 있게 하는 사람 외에는 별로 쓸 일이 없는 글자들이다.

또한 한자 검정 시험에 전문성을 요하는 사범에나 나오는 글자가 천자문에서는 비교적 앞에 기울 측(仄)자가 나온다. 찰 영(盈)자도 2급 읽기 한자로 나온다. 문법상으로도 자수를 맞추는데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운율은 있지만 매끄럽지 못하다. 단지 의미상 연결은 문장으로서 완성하였으므로 초학자들이 공부하기에는 산만하기도 했다. 그리고 획수나 음의 순서 뜻 무엇이든지 감안 하지 안했으므로 글자 뒤에 갑자기 어떤 글자가 튀어 나올지 모른다.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상용자 중에서도 일(一) 삼(三) 육(六) 칠(七)이 보이지 않고 방향을 나타내는 중요한 글자인 북녘 북(北) 자가 보이지 않으며, 계절 중에 으뜸으로 치는 봄 춘(春)자가 보이지 않는다. 물론 당시 중국남북조 시대를 배경으로 짓다보니 당연히 지금시대에 꿰맞추면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조선시대에도 일부 학자들은 천자문이 어린이들 교제로 적합하지 않으므로 바꾸자는 비판이 끊임없이 나왔었다.

대표적인 학자가 해금 오달운(吳達運:조선시대 진보적인 실학자) 이었다. 그는 배경지식 없이 천자문을 외워야 한다는 것은 비극이며 차라리 《시경(詩經)》을 가르치는 것이 더 옳다고 주장했으며, 다산 정약용(丁若鏞)도 천자문 교육은 어린 아이들에게 혹독하다고 비판하면서 《아학편(兒學編)》이라는 비교적 쉬운 아동용 입문서를 집필하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천자만 확실하게 알면 무식을 면(免) 한다고 할까. 그것은 당시에는 배운 사람이 비교적 적었고 그 정도만 알고 있어도 지방(紙榜)을 쓰거나 제사 때 또는 시제 때 축문(祝文) 정도는 쓸 수 있는 실력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한자를 바탕으로 쓰는 중국인들은 어느 정도 한자 실력이 될까.

1988년 중국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현대한어상용자료>에 나와 있는 약 3,500자만 알면 일상생활 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그러면 지금 쓰고 있는 한자의 수는 어느 정도 될까? 1994년에 발행된 <중화자해(中華字解)>에는 85,568자가 수록되어있으며 한자정보 처리업체에 등록된 글자는 무려 91,251자라로 알려졌다. 물론 중국인이나 한국인이나 이 글자를 다 안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천자문을 반대하는 학자도 있었지만 자기 성씨 내력을 알리는 족보(族譜)를 제작하는데 페이지(page)수를 천자문으로 할 정도였으니 얼마나 천자문을 사랑했으며 애지중지 했는지를 알 수 있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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